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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악의 그림자

악이 널름대더니
어둠이 춤을 추더니
신명 들린 합창이
온 세상에 지렛대를 꽂는다

사람들이 숨기 시작하자
사람 사이 온기 식어가고
인간 냄새 사라진다


창틀에 갇힌 눈빛
침묵만 그렁하고
사람들이 시들시들
세상도 시들시들
마른 가슴 더 여위어가고

같은 언어
같은 몸짓
같은 하늘 아래서
서로 손잡고 둥글었던 우리
기억 속에 낯설고
함께 쌓아온
파란 웃음
초록의 추억이
잿빛으로 바래고
어둠만 가득

옆에 있어도

아프다
쓰다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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