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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텅 빈 마음이 주는 치유의 힘

한국의 성철 스님이 살아 계실 때 한 불자가 스님을 뵙기 위해 삼천배를 시작했다. 그녀는 잘 알려진 재벌가의 부인으로 자신의 어떤 고민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육신의 무리에도 불고하고 절을 하러 온 것이다. 주지하듯 성철 스님을 친견하기 위해서는 당시에 나이·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삼천배를 하루에 해야 했다. 그녀는 삼천배를 근근이 마치고 시자 스님의 부축을 받으며 성철 스님 방으로 인도되었다. 그러나 너무 지친 나머지 그녀는 스님 앞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녀가 성철 스님께 묻고 싶은 말을 하려 하자, 스님은 방석 밑에서 붓으로 그린 둥근 원상(圓相), 원의 이미지을 주시며 “너 이제 가도 된다”고 했다. 그녀는 결국 말 한마디 못하고 방을 나왔다고 한다.

한마디 조언을 듣기 위해 온 불자에게 어떤 말도 없이 동그라미 이미지를 주고 가라고 한 성철 스님의 처우는 냉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스님이 그녀에게 참으로 근원적인 답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님은 문제의 피상적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을 직시하여 근원적인 해결을 찾을 수 있는 지침을 주었다고 본다. 이 원은 모든 부처님의 마음이자 모든 중생의 본성을 상징하기에 모든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원, 즉 자기의 근본마음을 묵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불교에서 원은 일원상(一圓相)이라 부르며, 불단에 부처님 형상을 모시지 않고 일원상을 모신다. 그 이유는 일원상이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으로, 이 텅빈 동그라미가 바로 부처님의 마음 자리와 우주 본원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20대 중반부터 심리적 안정을 위해 기도와 명상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관념적으로 좋아했던 불교의 진리가 조금씩 인생에 실질적으로 다가왔다. 20대 후반에는 스승님의 인도로 인생에 있어 생과 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실감하고 원불교에 출가했다.



필자가 좌복 위에서 명상을 하거나 사무실 혹은 밖에서 일할 때 마음에 짐을 벗어 버리고 동정(動靜) 간에 어느 정도 명상의 마음이 지속된 것은 어느 날 이 원상을 조금 공감할 때부터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는 법당, 필자는 법당에 들어갈 때마다 일원상을 향해 합장을 했지만 20년 이상 법당에 모셔진 일원상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고, 그저 관례로 하는 형식적인 합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원상이 참으로 완벽히 비어 있고, 바로 이 원상이 부처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공감하며, 마음에서 모든 것을 놓아 버리는 공부를 시작하게 됨으로써 마음에서의 자유 범위가 크게 증가했다.

선가(禪家)에서는 “잡으려면 잃어 버리고, 놓으면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세속적인 것에 미련을 버리고 마음에 있는 수많은 욕망 등의 에고의 그림자를 놓아 버리면 우리는 쉽게 마음의 자유를 얻고, 큰 지혜와 능력을 부여 받아서 내 마음의 자유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지혜와 능력도 부여 받게 된다. 또한 세상적인 것에도 성공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요즘 법당의 일원상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참으로 비어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오직 비어야 해탈의 세계로 나갈 수 있고, 현실에 있어서의 모든 답도 내 마음이 텅빈 원상이 되면 다 나온다는 큰 진리를 잊지 말자. 우리 모두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즉, 백척이나 되는 높은 장대 끝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 보자.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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