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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꼼수 부리다 함정에 빠진 반주현씨

"카타르 왕족 안다"는 사기꾼 검증 없이 믿었다

경남기업 '랜드마크72' 뇌물 공모 사건 전말
공식 매각 계획 대신 '비선' 활용하려 뇌물 준비
초대형 매물 맡고도 비정상 행태 의혹투성이
해리스에 속자 e메일 위조해 거짓 해명하기도


외국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한 혐의로 기소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38·미국이름 데니스 반)씨는 이번 경남기업 ‘랜드마크72’ 뇌물 공모 사건의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정상적인 매매 경로 대신 뇌물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뇌물 음모를 설계한 사기꾼에 의해 오히려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꼼수를 부리려다 함정에 빠진 격이다.

검찰에 따르면 반씨가 랜드마크72 매매 건에 정식 중개인으로 채용된 건 2013년 초쯤이다. 심각한 자금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던 경남기업이 건물 매각을 결정하고 당시 고문이던 반기상씨의 추천에 따라 뉴욕의 대형 부동산 중개업체에 근무하던 반주현씨와 그가 근무하던 부동산 중개업체 ‘콜리어스’에 건물 매매를 의뢰한다.

이후 반씨는 같은 해 3월 지인의 소개로 말콤 해리스라는 인물을 만난다. 이때 해리스는 한 중동 국가의 왕족과 친분이 있다며 해당 국가의 국부펀드를 통해 건물을 매입하도록 연결해 주겠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반씨는 계약이 성사되면 커미션의 일부를 해리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소장에는 국가명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한국 언론 등을 통해 카타르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왜 반씨가 직접 카타르 투자청이나 국부펀드 측에 연락을 취해 공식적인 건물 매각 제안을 하지 않았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은 기소장에서 “반씨는 랜드마크72 정도의 큰 규모 건물을 매각한 경력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반씨와 해리스 사이에 본격적인 뇌물 공모가 시작된 건 2014년 초쯤으로 보고 있다. 반씨가 해리스를 통해 카타르의 고위 관리에게 매매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담긴 서한까지 전달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자 반씨의 독촉이 시작되면서부터다.

해리스가 카타르 고위 관료가 뇌물을 요구한다고 반씨에게 알렸고, 반씨는 아버지를 통해 경남기업 측에 뇌물 준비를 주문한다. 처음엔 착수금 25만 달러에 계약 만료 후 성사금 75만 달러였지만 이후 해리스의 음모에 속아 반씨는 착수금 50만 달러에 성사금 200만 달러라는 뇌물 공여를 약속한다.

그리고 2014년 4월, 경남기업은 반씨가 이직해 근무하던 새로운 부동산 중개업체 은행계좌로 각각 41만 달러와 9만 달러를 차례로 송금한다. 그러나 이 자금을 뇌물로 바로 꺼내 쓸 수 없었던 반씨는 동료이자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존 우씨의 도움을 받아 우씨의 지인으로부터 50만 달러짜리 수표를 발행토록 한 뒤 이 수표를 해리스의 회사로 알려진 ‘뮤즈크리에이티브LLC’라는 업체의 계좌로 입금한다.

여기까지가 기소장에 명시된 반씨와 해리스 사이에 오고간 ‘거래’의 전말이다. 이후 해리스는 잠적했고 반씨로부터 받은 돈으로 고급 식당과 호텔 등에서 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카타르 국부펀드나 카타르의 고위 관리 등 해리스가 반씨에게 한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것. 반씨가 해리스의 농간에 완전히 속은 것이다.

반씨는 이런 상황에서 경남기업 측에는 매매 계약이 임박했다고 속였다. 카타르 고위 관료의 e메일까지 위조해 경남기업 측을 안심시키는데 급급했다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


신동찬 기자 shin.dongch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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