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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전략은 힌두·유교 문명 대충돌 예고

김영희의 퍼스펙티브 | 유라시아 패권 경쟁

4년 뒤 세계 최대 인구 갖는 인도
중국과 유라시아 주변부 놓고 경쟁
미국,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포위
중국, 동·서·남 회랑 통해 바다로
인도 주변국들 끌어들이며
미국의 안보전략 역포위 구상
미·중이 편 갈라 긴장 높이면
한반도 문제 해결 더 어려워져


한국은 미·중·일·인도와 협력하는
상상력 풍부한 전략 외교 펼쳐야


도널드 트럼프는 왜 오바마 이래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을 확대.수정하여 인도.태평양전략의 깃발을 드는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도 트럼프가 든 깃발을 따라갈 뜻이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는데 그게 과연 옳은 노선인가.

트럼프의 중국 봉쇄전략에 새로 편입되는 인도의 전략적 위치를 먼저 보자. 인구 13억2000만의 대국 인도를 중심으로 동.서남 아시아 지도를 보면 동쪽으로는 벵골만을 사이에 두고 동남아 국가인 미얀마와 마주 보고 있다. 인도 동북부 4개 주는 아예 미얀마 서북부의 라카인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도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인도 동부 마르푸르주 모레(Moreh)가 벵골만을 건너뛰어 인도차이나반도 서부에 위치하는 것이다.

인도 북쪽에서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네팔과 부탄 너머에서 인구 13억8000만의 대국 중국이 인도의 뒷덜미를 지그시 누르고 있다. 히말라야 산지에서는 두 대국의 국경이 맞닿는 부분도 있어 항상 긴장이 높다. 북서쪽에는 종교.영토를 두고 피투성이가 되게 다투는 파키스탄이 있다. 남쪽으로 펼쳐진 인도양에서 말레이반도 남부와 수마트라 섬 사이의 좁은 수로 믈라카해협을 지나면 태평양이 나타난다. 인도양의 산호섬 디에고 가르시아에는 미국의 GPS 통신기지 5개 중 하나와 해군기지가 있다. 전략핵무기가 은밀히 배치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국 광저우→남중국해→믈라카해협→인도양→동아프리카와 홍해의 수에즈운하→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시진핑의 일대일로 중 해상 실크로드는 인도.인도양을 비껴갈 수 없다. 이렇게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에서 인도.인도양이 차지하는 전략적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인도 포섭의 경쟁이 치열하다.

21세기 전반이 지나기 전에 중국은 멀리 있는 미국보다, 국경을 맞대고 있고 2022년 세계 최대 인구국이 되며 고령 인구가 훨씬 적은 인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을 다퉈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인도의 MIT라는 4개의 인도공대(IIT)는 미국 실리콘 밸리로 진출하는 최고의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한다. 인도 사정에 밝은 한국 전문가의 말 대로 인도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위협에 불안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인도 포섭 경쟁에서 일단 물러나 미얀마와 파키스탄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인도를 포위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중국은 미얀마에 36억 달러 규모의 미트소네 수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생산되는 전력의 90%를 중국이 사 간다는 계획이다. 현지 소수민족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일정대로 진척되지 않지만, 중국은 발전소 건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월 틴쪼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는 미얀마 서부의 마데섬에서 중국 윈난성에 이르는 771㎞ 길이의 송유관 건설에도 합의했다. 중국은 또 73억 달러의 공사비가 드는 시트웨~짜욱퓨 항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16년 20년 이상 지속한 대미얀마 경제제재를 완전히 종결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아웅산 수지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에 여전히 비판적이면서도 미얀마의 잠재적인 군사 전략적 가치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다. 중국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미얀마의 수지 정부를 확실한 친중 정부로 묶어 두려고 한다.

중국의 파키스탄 끌어안기는 더욱 규모가 크다. 중국은 2015년 파키스탄의 인도양 거점 도시 과다르 항을 43년간 임대했다. 과다르 항에는 중국 해군 함정이 기항할 수 있다. 이것은 중국의 인도양 진출에 입히는 군사적 색깔이다.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주의 맨 서쪽 도시 카스를 잇는 3000㎞ 주변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으로 개발한다. 2030년 완공될 경제회랑 건설 프로젝트에 중국은 450억 달러를 투자한다. 중국이 믈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육로로 인도양에 진출하는 길이 열린다. 중국은 이렇게 동.서.북 세 방향에서 인도를 포위한다.

중국의 남서진 전략에 인도는 인도~미얀마~태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을 건설하여 동진정책으로 대응한다. 인도의 모레에서 미얀마를 거쳐 태국 마에소드에 이르는 1400㎞의 내륙 고속도로다. 이렇게 인도는 인도양과 믈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길을 연다.

유라시아의 두 거인국이 자웅을 다투는 동.서남 아시아 외곽 멀찍이서 한국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자는 것이 일본의 선동으로 트럼프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인도.태평양전략을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과 묶어서 보면 인도.태평양전략은 내용이고 국가안보전략은 형식이다.

포위에 역포위, 다시 포위의 무한 반복이 마치 왕거미들의 거미줄 치기 싸움 같다. 키신저는 이런 포위와 역포위를 바둑 게임에 비유한다. 그는 '중국에 관하여'(On China)라는 책에서 바둑을 16번이나 언급하고 기보까지 실었다. 그는 중국의 국공내전 때 국민당의 장카이식과 공산당의 마오쩌둥 전략에 대해 "양측은 바둑에서처럼 상대방을 서로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썼다. 시진핑의 일대일로와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해 19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트남 전쟁이 종식된 75년 이웃 캄보디아에서는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 정권이 수립되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반베트남인 노선을 걸었다. 베트남은 2년 전 미국을 몰아낸 여세를 몰아 78년 12월 20만의 병력과 우수한 장비로 캄보디아를 침공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을 축출하고 캄보디아 인민공화국이라는 괴뢰정권을 세웠다. 캄보디아 국토의 대부분을 점령한 베트남은 라오스까지 끌어들여 인도차이나 연방 구성에 착수했다. 인도차이나가 연방 형태로 베트남 천하가 되면 중국은 등 뒤에서는 소련, 앞에서는 새로운 동남아의 맹주 베트남의 압박에 노출된다.

중국은 79년 2월 보병 29개 사단 20만 병력과 170여대의 공군기를 동원하여 국경을 넘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오랜 전쟁에 단련되고 그때로써는 최신예 무기로 무장한 베트남군의 저항으로 중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중국은 베트남의 버릇을 고쳐주는 데 성공했다면서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베트남도 인도차이나 연방 수립의 야망을 접고 80년대에 캄보디아에서 물러났다.

베트남의 인도차이나 지배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 중국이 지금 동남아시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중국은 베트남.라오스.태국.미얀마에서 윈난성의 쿤밍까지 사통팔달로 연결되는 고속철도를 까는 계획에 착수했다. 해상에서는 남중국해를 '중국의 앞바다'로 만들고 있다. 중국은 육상과 해상 비단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융성하던 당나라.청나라 시대의 국제적 지위를 되찾고 19세기에 서양 열강과 일본에 당한 수모를 설욕하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 간부 류밍푸는 2009년 '중국의 꿈'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류밍푸는 마오쩌둥이 천하를 통일한 1949년을 기점으로 2049년까지 100년 안에 중화 중심의 세계를 건설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그것을 100년의 마라톤이라고 불렀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결투나 복싱이 아니라 육상경기, 그것도 기나긴 마라톤이 될 것이다." 류밍푸는 냉혹했던 전국시대에 순진하게 상대를 믿었던 지도자는 패배했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마이클 필스베리, '백년의 마라톤') 남중국해의 동남아 연안 국가들은 중국의 이런 꿈을 알면서도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미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트럼프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체는 무엇인가.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이기도 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을 트럼프의 구미에 맞게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건 아베 총리가 추진하고 워싱턴의 국화파들이 내세우는 일본 어젠다입니다." 국화파는 친일파를 말한다. 일본은 사사카와재단을 중심으로 미국 정.관계와 싱크탱크를 상대로 지속적인 로비 활동으로 막강한 친일세력을 만들었다. 문 교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트럼프의 진영 논리에 바탕을 둔 편가르기 외교라고 전제하고, 한국은 참가를 확인도 부인도 안 하는 NCND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27일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전략에 관해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과 안정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할 부분"이라고 말 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 신냉전의 선포와 다름없는 국가안보전략의 프레임 안에서 추진되는 인도.태평양전략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미국과 중국이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편을 갈라 긴장을 고조시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전망은 더욱 멀어진다.

우리에게는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인구 30억 시대를 목전에 둔 중국.인도의 거대시장을 활용할 장기적 비전을 연역해 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인도.태평양전략은 역사의식이 없는 트럼프가 상상하지 못한 중국과 인도의 두 문명 간 대충돌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거기 기독교 문명까지 가세하면 유라시아 대륙 동.서.남 주변부와 서태평양 지역은 불안의 격랑에 휩쓸린다. 우리는 한미동맹에 발을 딛고 중국을 포용하면서 인도를 그 값어치만큼 대접하는 넓은 시야의 외교를 해야 한다.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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