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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할아버지가 남겨준 유산

송준석 교수/존 브라운 대학교(John Brown University)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할아버지를 더는 이 땅에서 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흔적은 아직도 나의 삶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강점기와 6·25전쟁을 겪고 서울에서 45년간의 교직 생활을 한 할아버지는 삶 속에서 늘 아끼는 것을 강조하셨다.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는 늘 농부의 땀을 강조하며 식사를 할 때 음식을 남기지 않게 가르쳤고, 그때 생긴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아직도 나는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다. 또 한가지 할아버지가 삶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섬김이었다. 어린 나를 데리고 집 앞과 동네 주변을 빗자루로 청소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나도 사회에서 더 섬겨야겠다는 마음을 계속해서 품게 해주었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을 삶의 구절로 삼았던 할아버지가 몇 년 전의 새해 인사 연하장에 넣은 문장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새해 인사 전에 “나의 죄를 사하여주시옵소서”라는 문구를 넣어 하나님께 은혜를 간절히 구하는 모습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여주었다.

할아버지는 상상도 못 하였겠지만, 이렇게 할아버지가 나에게 남겨준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와 세상을 향한 마음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것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미국 40여 개 주와 세계 50여 개국에서 왔기에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 가르침을 계속 물려줄 경우,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남겨준 유산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물론 할아버지도 이러한 가르침을 누구한테 받았을 것이며, 계속 우리가 이 가르침을 되짚어가다 보면 이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각 세대에 가르치기 위해 가정을 주셨고(신 6:7) 믿음의 사람들은 그 말씀을 가지고 교회를 세웠으며, 또한 많은 교회는 학교를 세워 하나님의 말씀이 더욱 전파되게 하였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John Brown University, 이하 JBU)도 그 학교 중의 하나로써 나를 포함한 모든 교직원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 다음 세대의 학생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내 가족은 할아버지가 가졌던 교육에 대한 열정을 기리기 위해 유산의 일부를 JBU에 기부하여 한국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학교에서는 할아버지의 삶을 기념하기 위해 장학금에 할아버지의 이름을 붙여주었고, 학교 안에도 이 장학금 이름을 표기한 곳이 생겼다.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갈 때마다 이곳을 지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할아버지의 이름이 내 눈에 들어와 매번 기분이 새롭다. 특히 할아버지의 이름을 보며 나는 어떠한 유산을 이 땅에 남기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자녀에게 또는 사회에게 특별한 유산을 남기는데 관심이 많다. 많은 경우, 그 유산은 재물과 명성임을 우리는 언론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볼 수 있다. 물론 재물과 명성을 남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그 유산을 통해 여러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믿는 자들은 이보다 더 중요한 유산이 있다는 것을 같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 유산은 재물도 아니요, 명성도 아니요,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가 주신 믿음 안에서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각자 이웃을 사랑하는 모습은 다를 수 있지만, 한 명, 한 명의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진심으로 경외하며 세상 사람과는 구별되어 살 때 그 모습이 다음 세대에 유산으로 전해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하나님을 믿는 학부모가 이러한 인성교육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를 통해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과는 다른 길을 가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보며 오늘도 이를 위해 기도하는 바이다.



송준석 교수(tsong@jbu.edu)는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2012년부터 존 브라운대학(John Brown University)에서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역교회에서는 현재 대학부를 섬기고 있다. 송준석 교수의 예전 칼럼들은 www.NextGenChristianEd.com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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