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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금문교 환타지

골든게이트 브리지, 금문교는 1938년 완공돼 개통된 후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물이 되어 있다. 현대 건축의 경이로 간주되어온 금문교는 악기의 현을 방불케하는 아치형의 현수교로 매년 10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 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짙은 안개가 깔린 해협이나 황금빛 석양으로 채색된 하늘을 배경으로 한 이 다리의 사진들은 잠재된 낭만을 불현듯 일깨우기도 한다. 깊은 미학에는 진한 감상이 동반되듯이 빼어난 아름다움을 보이는 세계 곳곳의 유명장소는 불행하게도 자살을 꿈꾸는 이들이 환상과 함께 찿는 곳이기도 하다. 금문교에서 자살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람 가운데는 금문교에서 자살하지 못한다면 자살은 포기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금문교는 미국내에서 가장 자살자가 많이 찿는 곳으로 나타나 있다.

십여년 전, 캘리포니아 명문대 학생이었다가 휴학 중인 젊은이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온갖 공포영화를 특별주문해 볼만큼 그의 정신세계는 어둡고 그의 삶은 흑빛이었다. 어느날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순간 어린애처럼 밝은 표정이 되더니 자기가 가진 행복한 환상 한가지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그가 가진 환타지 가운데 하나는 금문교가 주제였다. 금빛 석양이 바다위로 내릴 때 빨간 사과 하나를 머리에 올리고 금문교에서 뛰어내리는 환상이라고 했다. 금문교에서 몸을 날려 250 피트의 해면에 부딪치고도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1%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음을 생각하면, 아무리 낭만적인 정경을 다 묘사해 놓는다고 해도 그런 류의 환상은 끔찍한 자살기도 이상은 아닌 것이다.

그 젊은이와는 무관하지만, 2013년 9월, 18세의 활기차고 운동을 좋아했던 카일이라는 이름의 고교 12학년생이 금문교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카일이 자살한 2013년 한해에만 자살 미수에 그친 100여명의 사람 외에, 실제로 금문교에서 자살한 사람은 46명이었다. 금문교는 미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살기도의 명소가 되었으니 샌프란시스코의 지역민은 물론 금문교에서 뛰어내린 이들의 가족들은 이 불행한 사태를 수수방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카일의 가족이 나서서 사람들의 서명을 받는 등 금문교에 올라설 수 없도록 방어책을 만들자고 하는 청원이 일어났다. 2014년 골든게이트 브리지(금문교)를 관리하는 부서의 이사들이 이 안을 수용하고 표결에 부친 결과 만장일치로 다리 위에 자살방지를 위한 철책을 세우기로 결정을 했다.

간단한 보호막의 설치로 목숨을 끊기 위해 찿아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징적인 건물들을 통해 이미 입증이 되었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파리의 에펠타워,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 등은 모두 방어철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방어철책 등으로 접근이 용이하지 못하게 해서 자살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거라면 생사를 가르는 일에 있어서조차 사람은 얼마나 감정적이고 감상적일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고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어도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거늘 하물며 스스로 삶을 포기한 피붙이를 둔 사람을 위로할 만한 사람의 말이 있을까.



상실의 아픔 못지 않게 가족들에게 혼란과 고통을 가중시키는 내용 가운데는 대체로 알려진 기독교 신학의 자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자살이 구원에서 제외되거나 하나님을 적대하는 행위라고 명시된 구절은 없다. 살인하지 말라고 한 계명을 근거로 자살을 스스로에게 행하는 살인으로 확대 해석해서 자살을 죄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구원의 가, 불가는 하나님의 주권에 속해 있다. 피조물인 우리는 시시비비를 가리고 죄에 대해 정의하고자 하기보다는 자기 맘속에 고여오는 연민과 사랑의 분량을 살펴보는 지혜가 더 중요할 것이다. [종려나무 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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