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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몽상] 밥 제때 먹이는 좋은 감독들

"밥은 먹고 다니냐?"

지난해 촬영이 진행된 영화 '기생충'의 촬영현장 모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촬영이 진행된 영화 '기생충'의 촬영현장 모습. [사진 CJ엔터테인먼트]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로 등장한 송강호가 한 말이다. 무심한 듯 절묘한 이 명대사는 송강호의 애드립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봉 감독과 네 번째 만난 '기생충'의 칸영화제 공식회견에서도 밥 얘기를 했다. 정교한 디테일로 '봉테일'이란 별명을 지닌 감독을 두고 "가장 정교함이 빛나는 것은, 밥때를 너무 잘 지켜준다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황금종려상과 함께 '기생충'은 표준근로계약을 지켜가며 촬영한 점도 화제가 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봉 감독이 이 방면의 선구자라서, 앞서 '옥자' 같은 영화로 할리우드 촬영 현장의 엄격한 규칙을 겪어봐서가 아니다.

충무로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스태프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영화산업노조를 비롯해 제작사.투자사 등이 모여 논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2014년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같은 대형 상업영화를 중심으로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이 본격화됐다.



반면 TV 드라마 쪽은 새로운 근로기준법과 함께 최근에야 논의가 시작됐다. 밤샘을 밥 먹듯 해온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도, 제작비 상승을 감당하는 것도 쉬울 리 없다. 지난해 손예진.정해인이 주연한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촬영 현장이 놀라웠던 것은 그래서다. 드라마 종영 뒤 주연 배우들의 전언에 따르면 쪽대본도, 밤샘도 없었다. 하루 촬영은 평균 9시간, 길어도 12시간을 안 넘겼다. 대본이 미리 나온 데다, 무엇보다 연출자의 의지와 비전이 확실했던 덕분이다.

'꿈의 산업'도 사람의 힘으로 굴러간다. 먹을 만큼 먹고, 잘 만큼 자면서 일하는 시스템은 이제 산업의 선순환을 위해서도 연착륙이 절실하다. 안판석이나 봉준호처럼 뛰어난 감독만이 해야 하는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후남 / 한국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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