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하루를 열며] 새벽 라면

새벽에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쇼핑몰 길 건너, 하루 일할 곳을 찾아 모여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해서이다. 매주 토요일, 새벽 예배를 마친 몇 몇 분이 목사님과 함께 이들을 위한 부스를 설치하고 끓여가지고 온 물을 다시 끓이려 부르스타를 켜고 물주전자를 올려 놓는다. 메뉴는 많지 않다. 얼큰한 한국 컵라면, 믹스커피, 병물, 캔디나 쿠키 등 조리도 아주 쉽다. 정성을 담은 뜨거운 물만 부어주면 된다. 샌드위치나 컵케이크 등 을 준비한 적도 있으나 별로 인기가 없었다 한다. 그들은 매콤한 한국라면을 더 좋아하더란다. 하루를 살기 위해 새벽 일찍 나오느라 빈 속인 그들에게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여 보내기 위함이다. 건너 편 나무 아래, 라면을 먹던 사람들이 일 할 사람을 찾는 듯한 차가 그들 앞에 다가서는 것을 보고 허겁지겁 차 앞으로 달려든다. 그 차는 한 사람만을 골라 태우고 떠나버렸다.

그들을 붙잡고 설교를 하거나 교회에 나가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저 그들에게 관심을 표하며 작은 위로라도 되고 싶은 것이다. 교회 이름이 써 있는 배너를 보고 자기를 위하여 기도해 달라고 기도 제목을 써놓고 가는 이들도 있다. 그에게 그 기도 제목은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하기에 모르는 이에게 선듯 자신의 사정을 열어내어 놓는 것일까? 목사님은 분명히 그 기도제목을 가지고 간절히 기도를 하실 것이다. 가끔 우리 부스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도네이션으로 적은 돈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대신 저들에게 한 끼의 온기를 전해 달라는 것이리라. 어머니 뱃속에서 뭘 모르고 벌거벗고 튕겨져 나온 인간은 춥고 고달픈 세상이 감당이 안될 때가 있다. 때론 아프고 외롭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망 앞에 서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각자 저만을 위해 혼자 사는 세상인것 같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우리의 생명을 유지케 하는 것처럼, 세상은 이리 저리 사람들 사이를 소리없이 흐르는 사랑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음을 본다.

러시아의 작가, 레프 톨스토이는 그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미하일 천사를 벌거벗겨 세상에 던져놓는다.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교회 담벼락에 기대어 오돌 오돌 떨고 있는 미하일 천사를 그 곁을 지나던 가난한 구두 수선공 세몬이 발견하여 구해준다. 표독하게만 보이던 세몬의 아내 마트료나에게도 갈 곳 없는 미하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 미하일 천사는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음을 발견하고 사람은 그 사랑으로 살아감을 깨닫는다. 그러나,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어 내일 일도 장담하지 못 한다. 그러기에 서로 사랑하며 살라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분은 사랑이며, 그 분만이 우리의 미래를 아는 까닭이다. 사랑은 그 사람과 같이 해 주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혼자서 못 하는 일을 공동체가 모아서 하는 것이리라.

또 차 한대가 그들 앞에 섰다. 운전석으로 달려가 서로 자신을 데려가라는 아우성으로 잠시 시끄러웠다. 차가 떠나고 아직도 대 여섯 명이 남았다. 아홉 시가 거의 다 되어 오는데 철수를 준비 하는 마음이 자꾸 그들을 돌아보게 된다. 저기 있는 모두에게 오늘 일할 곳을 주소서. 오늘도 안타까움을 두고 돌아선다.




이경애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