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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존슨의 독설, 패라지의 협박

"연기를 요청하느니 차라리 시궁창에 빠져 죽겠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말이다. 유럽연합(EU)과 갈라서는 브렉시트를 다시 연기하라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직후다. 10월 31일엔 무조건 브렉시트를 하겠다면서 존슨은 "하든지 아니면 죽든지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정을 책임진 리더치고는 유례없이 직설적인 표현이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까지 끌어들여 의회를 20여일 이상 문 닫게 했다.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서 그를 히틀러에 비유하는 시위가 열리고, 야당이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지적해도 꿈적 않는다. 브렉시트 연기법안을 거부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데, 존슨 총리 측은 EU에 연기 요청안을 보내면서 정부 의견을 다는 꼼수를 구상 중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연기할 이유가 없다'는 서류를 동봉해 EU 측이 연장해주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내각제인 영국에서 의회의 결정까지 무시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태도는 기이하다. 하지만 그가 왜 이러는지 배경이 드러났다. 바로 브렉시트 선거 운동을 주도하고 최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브렉시트당을 만든 라이절 패라지의 위협이다. 패라지는 지난달 텔레그래프에 '존슨의 허니문은 끝났다'고 썼다. 존슨 총리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국경 문제 때문에 만든 '안전장치'를 EU가 없애주면 합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패라지는 '깨끗한 브렉시트' 즉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 딜'(no deal)이 최상이라고 본다. 그는 존슨이 노 딜을 수용하지 않으면 차기 총선에서 브렉시트당 후보를 전국에 내 보수당을 쓸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브렉시트당이 1위를 차지했고, 보수당은 5위로 추락했다.

패라지의 경고는 보수당의 몰락과 존슨의 총리직 상실 공포로 다가왔다. 이후 존슨의 '노 딜 불사' 발언은 강해졌고 여러 무리수가 나왔다. 그제서야 패라지는 총선에서 보수당이 자신들과 손잡으면 과반에서 70~100석을 더 얻을 수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달콤한 조건과 함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구인 패라지는 공석인 주미대사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브렉시트 난장판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를 보존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수 싸움이 반영된 결과다. 존슨과 패라지를 바라보는 노동당은 승리할 자신이 없으니 총선을 즉각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국 정치의 바닥이 드러날수록 브렉시트는 더 표류할 수밖에 없다.


김성탁 / 한국 중앙일보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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