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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한국인의 정서: 한(恨)과 투지(鬪志)

김현경 / 박사·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김현경 / 박사·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0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9/11/07 17:29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연구하는 데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우리 민족에게만 존재하는 매우 독특한 한국적인 정서에 대한 이해이다. 인간 행동을 연구할 때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인 정서(emotion)에 대해 연구해 온 학자들은 정서가 갖는 시대적 또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초월하는 보편성(universality) 혹은 문화적 독특성(cultural uniqueness)에 대한 논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서의 보편성과 독특성, 이 두 가지 속성이 함께 수용되는 것이 옳다고 인정된 후, 이 논쟁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이고 일차적인 정서로는 기쁨.슬픔.분노.놀람.공포 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문화적으로 독특한 정서에 대한 연구이다. 한국인에게 독특한 정서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恨)과 정(情)의 예를 들어,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본 칼럼에서는 한(恨)이 갖는 정서적 특성과 교육적인 의미를 다루어 보겠다.

한(恨)의 독특성은 이를 영어로 표현하고자 할 때, 정확히 일치하는 한 단어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恨)' 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문자 그대로, 표현의 왜곡 없이, 정확한 영어의 단어로 대응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학자들은 여러가지 단어를 조합해서 의미 전달을 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깊은 슬픔(deep sorrow), 후회(regret), 분노(resentment), 화(anger), 심지어는 희망(hope)과 같은 여러 감정들이 조합되어 마음 속 깊이 눌려 있는(suppressed) 상태로 존재하는 인간 정서의 한 형태'로 정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의 조합을 통해 그 의미를 설명하려 할 지라도, 이를 듣는 외국인들이 '한(恨)'의 정서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만 존재하는 독특한 정서인 한(恨)이 갖는 교육적인 가치 또는 의미는 무엇일까? 필자는 최근에 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투지(鬪志)'와의 연계성을 찾아보려 한다. '투지'의 개념이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및 직업 성공도를 예측하는 요인으로 그들의 적성도 지능지수도 아닌, 이 '투지'라는 개념임이 연구들을 통해 검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투지'가 강한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서 학업 성취도 및 미래 직업 성공도에서 탁월함이 밝혀졌고, 이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다수의 표준화된 검사들 (IQ 또는 SAT 등) 보다도 더욱 중요한 요인임이 알려졌다.

투지(鬪志)의 한자적 의미는 '싸우려는 의지'이다. 영어적인 표현은 'Grit'인데, 이의 사전적인 의미는 '장기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열정을 근간으로 하는 인내심'을 뜻한다. 필자는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 그 근간을 이루는 정서적 요소―마음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승부 근성―에 주목한다. 이 '근성'은 한국인의 고유 정서인 '한(恨)'의 긍정적이거나 발전적인 형태와 매우 닮아 있다. 즉, '한(恨)'의 정서가 승부 근성으로 발전되어, 그들의 학업 성취 및 직업 성공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恨)'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정서 요소들, 특히 희망.열망.근성.끈질김 등이 한국 학생들의 교육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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