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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신선한 기운

세상이 어지럽다.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하지만 코로나의 위협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제조된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무리 중국인이 세상에 악의를 품고 있다 해도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류를 이 큰 재앙에 빠뜨릴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정말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 움츠리고 경계하며 거북이처럼 목을 뽑아 세상 눈치 보며 지금까지 잘 견디어왔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등을 토닥여주자. 민병일의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를 읽었다. 오랜만에 사막에서 생수를 들이키는 맛이다. 작가가 이 책을 ‘모든 세대를 위한 메르헨’ 이라고 언급했듯이 생떽주베리의 ‘어린왕자’를 연상시킨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오염된 감정을 걸러주는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어린아이의 순수성 혹은 순진성을 잃어가는 인간의 내면을 성찰할 계기를 찾게 해준다. 인격화된 바오밥나무가 주인공으로 꿈과 상상력을 잃어버린 방랑자를 기다리고, 사연을 들어주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며 친구가 되어주고, 지혜를 가르쳐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인간은 원래 고독한 방랑자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차라투스트라이다. 모든 방랑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이 여행 중에 방랑자들은 바오밥나무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중에 삶의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 하는 답을 찾게 된다. 인간은 원래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세계를 갈망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인간은 여행 중에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여행자의 영혼에는 설렘이란 울림판이 있다. 여행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킨다. 여행이란 설렘의 울림판은 관념으로부터, 삶의 억압으로부터, 내면의 황폐함으로부터, 일상의 상처로부터, 이루지 못한 꿈으로부터, 초현실에 대한 의지로부터, 일상을 해방시켜주고 잃어버린 자유와 행복을 찾게 해준다. 외로운 방랑자에게 대화의 상대자가 되어주는 가장 친한 친구, 자신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바로 바오밥나무가 아닐까.



삶은 언제나 경이로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 안에는 별빛과 달빛을 담을 수 있는 자루가 있다. 해맑은 이슬 맛, 바람이 들려주는 밀어, 눈부신 햇빛의 달콤함도 담을 수 있는 자루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준비되어야 채워진다. 유토피아는 바로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이상향이고, 시는 철학을 사유의 언어로 빚은 작은 그림이라고 한다.

알 수 없는 길이고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삶은 더 살아볼 가치가 있다. 삶이란 끝없이 가려진 신비의 베일을 벗겨가는 여행이다. 나무는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생명체다. 바오밥나무를 주인공으로 정한 작가의 예지가 놀랍다. 나무는 우주의 영물, 삶과 삶 후에도 존재하는 신성한 존재이다. 살아서는 꽃과 열매와 그늘을 주고 죽어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종이와 가구, 아름다운 악기가 되고 공예나 조각품이 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임마누엘 칸트는 ‘도덕 형이상학’에서 사람에게는 무제약적으로 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어떤 제약이나 조건 없이 선한, 인간의 선의지를 예술로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우리의 선의지를 십분 발휘해볼 시간을 만들어보자.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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