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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

“선생님, 이제 병원 오셔서 진료하셔도 됩니다. 우리 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가 없습니다.”

새로 온 간호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필자가 진료 다니던 이 양로병원에는 120명의 노인들 중 많은 환자들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필자의 환자 60명 중 30명이 6개월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다른 양로병원의 의사는 자기 환자 중 50여명이 코로나로 별세했다고 한다.

환자가 세상을 떠났는데… 이번 경우에는 무언가 다르다. 이국 땅에 이민 와서 열심히 살다가 연로해 병을 얻어 양로병원에 갔던 분들이다. 더 사셨어야 하는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코로나로 장례식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던 유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지난 6개월 동안 환자들뿐만 아니라 친구의 부모, 친척 등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런 분들을 생각하면 슬픔이 깊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큰 역할을 한 간호사는 말한다.

“코로나19 검사와 대응 장비가 부족한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환자 분들이 늘 하셨던 ‘힘들지, 고마워’라는 격려의 말씀이었어요.”

이번 양로병원의 재난은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이 크다. 4월 말이 돼서야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었고 마스크, 장갑 등 의료 장비가 제대로 공급됐다. 그 전에는 바로 옆방에 환자가 있어도 검사를 못했으니 사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희생을 낸 지금에야 양로병원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지정 양로병원이 생기고 LA카운티의 급성전염병센타의 체계적인 감독도 받고 있다. 일반 양로병원에서도 입원 전 검사, 입원 시 검사, 그리고 14일 격리 지침 등을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양로병원 노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분들이다. 가족 면회도 제한되고 활동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남은 여생을 편하고 행복하게 보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족들의 사랑과 돌봄도 코로나로 인해 제약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진료를 마치고 양로병원 복도를 지나는데 한 병상에서 어떤 분이 부르는 찬송가 소리가 들린다.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양로병원에 계신 모든 분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하며, 유명한 달리한 모든 분들을 위해 명복을 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무서운 감염증 앞에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는 간호사와 의료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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