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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경자년, 새해의 복

음력 설, 새해 첫날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안도감이 든다. 양력 1월 1일과 음력 1월 1일 사이, 애매한 기간이 지나가서다. 그 애매함의 원인은 바로 육십갑자에 있다.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양력 1월 1일이 시작되기 무섭게 온갖 매체는 물론 지인들의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경자년의 도래를 알린다. ‘흰 쥐’ 해를 알리는 유통업체의 각종 이벤트도 활발하다.

하지만 경자년은 설날이 돼야 밝는다. 1월 25일 음력 설이 돼야 경자년이고 그 전은 기해년이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기해년 마지막 한달을 경자년이라 칭하는 것을 계속 듣는 것은 살짝 불편하다. 기자로서의 교열 본능, 일종의 직업병일지 모른다.



얼마 전 한 취재원과의 대화로 연말연시 신경 쓰이는 표현이 하나 추가됐다. 그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인사가 어색하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정말 많은 이들과 수없이 주고받은 인사말이 왜?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일견 타당했다. “복을 받으라는데, 그 복은 소소한 행복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로또 당첨 같은 대박이 나라는 뜻이 담겨있는데, 요즘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엔 안 맞죠.”

영어의 해피뉴이어(Happy New Year)는 ‘행복한 새해’, 중국어의 신니엔콰이러(新年快?) ‘새해를 즐겁게’로 직역된다는 비교도 했다. 행복과 즐거움, 그 정도를 기원하면 새해 인사로는 충분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사실상 모두가 ‘복’이라 할 만한 대박의 주인공이 되긴 불가능하다는 현실론도 폈다.

찾아보니 이 새해인사의 역사는 꽤 오래다. 1950년대 신문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가 기사 속에 등장한다. 오래전부터 우리에겐 잔잔한 행복보다는 화끈한 복이 필요한 일이 많았던 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소확행과 복, 둘 중 무엇을 새해에 받고 싶은가. 선택이 어렵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무탈한 게 최고다 싶으면서도, 청약도 당첨되고 펀드 수익률도 뛰었으면 하고 바란다. 대학입학도 취업도 살림살이도 팍팍한 요즘. 복에 대한 갈구는 예전보다 더할지 모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보게 될 듯하다.


한애란 / 한국중앙일보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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