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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19사태 이후 대비 빠를수록 좋다

21세기 초반 여자 테니스계의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가 최근 자신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깜짝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이와 함께 자신의 SNS에 “내게 질문하거나 인사해줘. 멋진 레시피도 환영해”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을 접한 팬들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방글라데시에서 이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나요?” “정말 사랑합니다” 등 각종 댓글을 남기며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샤라포바도 “40시간 만에 무려 2200만 뷰를 돌파했다” 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녀는 코로나19 사태 주요 대응책인 사회적 거리두기를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했다. 팬들은 의도하지 않은 인간관계의 단절로 인한 불편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샤라포바도 팬들의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실감한 것은 물론이다.

최근 온라인 채팅이 부쩍 활성화했다. 60 이상 장년층 사이에서도 카카오톡이나 밴드, 페이스북 등에 접속 횟수가 급속히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바깥출입이 제한되자 소일거리를 위해서도 온라인으로 몰리는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의 직접 만든 공작물이나 작품을 찍은 사진, 또는 동영상을 올려 자랑하기도 한다. 세계적 현상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다.



미국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하나로 대부분의 주가 자택대피령을 내린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집에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환경은 크게 변하고 있다.

항공회사에 근무하는 A 씨는 지난달부터 무급휴가를 얻어 집에서 머물고 있다. 그동안 주중에는 회사 일하랴, 주말에는 봉사활동하랴, 쉴 틈 없는 사회활동으로 집안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모처럼 해보는 집안일이 이렇게 많은 줄은 정말 몰랐단다. 집안 청소가 끝나기 무섭게 잔디 손질을 하고, 정원에 심어 놓은 야채들도 솎아줘야 한다.

B 씨도 요즘 재택근무에 전업주부로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들을 위해 함께 놀아주고, 학업이 뒤처지지 않게 자습하는 것도 돌보아줘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이처럼 달라진 생활환경에 적응하느라 여전히 분주하다.

필수 비즈니스 종사자나 재택근무자들은 그래도 크게 생활패턴이 바뀌지 않아 받는 충격이 덜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실직을 하거나 근로시간이 줄어 여유가 많아진(?) 사람들은 갑자기 변한 환경에 공황상태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는 약과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완치되면 정상 생활로 돌아온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코로나19사태 이후 쓰나미처럼 몰려올 후유증이다. 개인의 삶, 기업 경영, 정부 역할이 기존의 관념과는 다르게 상전이 벽해되는 대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나마 20~30대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적응이 빠르겠지만, 아직도 오프라인에 더 익숙한 세대들은 코로나19사태 이후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리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 윤곽을 정확하게 모르지만 대비하지 않으면 온전히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직감적으로 느낀다.

역사적으로도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페스트는 인류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꿨다. 14세기 중세 유럽의 봉건제 붕괴와 르네상스의 시작, 신대륙발견 등 일련의 큰 사건은 모두 이 전염병에서 시작됐다. 남미의 잉카제국도 유럽인들이 가져온 천연두에 의해 순식간에 멸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근거로 “코로나19 창궐이 가정, 의료, 교육,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선 성큼 다가온 원격시대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언택트(비접촉) 경제의 영역 확장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 신문은 “재난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생활필수품과 재난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과거 적십자사의 역할을 아마존이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의료 및 바이오산업의 빠른 성장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공연, 예술, 스포츠산업은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대변화는 경제와 산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활의 작은 것에서부터 모든 면에 걸쳐 일어날 것이다. 실례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의 손 씻는 습관, 식사와 대화 예절까지 줄줄이 바뀌고 있다. 평소 즐기던 허그와 악수도 사라진 지 오래다. 습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모두의 행동이 바뀌면 공동체의 문화가 달라진다. 실제 온라인 결혼식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화상회의는 이제 일반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도 힘에 벅찬 상황인데, 전쟁종료 이후까지 대비하려면 벅찰 수도 있겠다. 산 넘어 산이다. 그럼에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한발 앞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어날 대변화에 대비하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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