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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병과 우리

병(病)은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가장 괴로운 것이 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죽음보다도 피하고 싶은 것이 병이라는 말입니다. 노인들은 입버릇처럼 아프지 않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아픈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 아플 수는 없습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생로병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병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성자(聖者)도 수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병의 원인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심리적인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어찌 보면 해결이 간단하고 달리 보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일은 약을 먹고 치료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인이 되는 마음속 집착이나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한, 늘 그 속에서 썩어 가며 병이 됩니다. 심리적인 병이 한순간에 치료되기도 하지만 긴 재활과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마음이 단단해 져야 합니다. 마치 부러진 뼈가 붙고 더 강해져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고 등의 이유로 물리적으로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심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내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나의 부주의가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부주의나 자연현상에 의해서 다치고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가장 흔하고 무서운 것이 교통사고입니다. 내가 아무리 주의해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입니다. 그래서 사고의 가능성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음주운전이 사회의 공분(公憤)을 자아내는 이유입니다. 막을 수 있는 사고, 일어나지 않을 사고가 음주운전이나 부주의한 운전 때문에 일어납니다. 늘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늘 가해자일 수 있습니다.

병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전염병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제일 무서운 병이 전염병이었던 것 같습니다. 욕으로도 쓰이는 ‘염병(染病)’이라는 말은 전염병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또한 옛날 사람이 무서운 것을 표현할 때 ‘호환, 마마’라고 하는데 이때 호환(虎患)은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것이고, 마마는 천연두나 홍역을 앓는 것입니다. 큰 마마, 작은 마마라고도 불렀습니다. 전염병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마마’라는 극존칭으로 불렀을까요? 전염병을 역신(疫神)이라고도 했습니다. 신의 경지까지 불렀던 것입니다. 원인을 모를 때는 천벌(天罰)로 생각했을 겁니다.



의술이 이제 신의 경지를 넘본다고 하는 세상입니다. 개안수술(開眼手術)을 하고, 장기이식(臟器移植)을 하고, 시험관 아기를 낳습니다. 벌써 한참 전의 일들입니다. 어디까지 의술이 발달할지,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연장될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병이 나타납니다. 보통은 전염성이 강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신종플루, 사스나 메르스 등 이름도 낯선 병이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와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발생하였기에 남의 일처럼 보았으나, 곧 우리 일이 되었고, 이제는 서로를 꺼리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확진자와 사망자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전염성이 강하기에 실제 현실보다 몇 배나 큰 공포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병에 걸린 사람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기피의 대상이 되고, 그 사람과 같이 있었던 국민이나 동네 사람은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병이 불안증이고 혐오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혐오는 어떤 전염병보다 무서운 병입니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불안과 혐오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속에 있는 전염병도 혐오병도 잘 치료되었으면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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