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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 처방] 마음, 그 여리디 여린

마음은 쉽게 치유 안돼
과거의 상처 아물어야

과거 떠나 보낼 수 있어
칭찬이 마음 상처 명약

악성 댓글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을 두고 그 까짓것 때문에 목숨을 버리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악성 댓글, 그냥 글에 지나지 않고 사람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악성 댓글은 살인 무기와 동일하며 살인미수와 같은 짓이다. 사람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성 댓글이 난무하고 살벌한 말들이 오가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마음이 어떤 것인지 무지한 탓에 저지르는 만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몸에 대해서는 잘 아는데 마음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지하다. 몸이 약한 데 비하여 마음은 튼튼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몸은 다치면 아프지만 마음은 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마음은 몸보다 훨씬 약하다.

몸이나 마음이나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몸의 상처는 약을 발라주고 치료해주면 며칠 지나지 않아서 회복된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그리 쉽게 아물지 않는다. 상담내용의 거의 대부분은 마음의 상처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상처가 아주 오래전 생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맛있는 간식을 오빠에게만 주어서 서운했던 기억, 선생님으로부터 억울한 야단을 맞았던 기억, 이해받지 못해서 섭섭하고 외로웠던 기억 등.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이런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고 유령처럼 마음 안에서 떠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음이 아주 약하고 여린 탓에 쉽게 상처 입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어린아이 살 혹은 순두부 같다고 비유적으로 말한다.



이렇게 여린 마음에 한 번 입은 상처는 몸처럼 자연스럽게 아물지 않는다. 치유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피를 흘린다. 그래서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혹 ‘나는 누가 뭐라 해도 괜찮아’ 혹은 ‘사내자식이 그 까짓것 가지고 징징대’ 하면서 상남자인 양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개 허풍쟁이들이다. 아무리 기골이 장대할지라도 그 마음은 그냥 약할 뿐이다.

따라서 말을 할 때 독기 품은 말, 적개심이 가득한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내가 내뱉은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상처 입은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치유를 해주어야 한다. 그냥 ‘시간이 가면 잊혀지겠지’ 하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과거의 상처가 아물어야 과거를 떠나보낼 수 있다. 상처를 돌보지 않으면 상처 입은 자아는 마음 안으로 숨어들고 상처 입은 그 시간에 멈춘 채로 발달조차 멈춰버린다.

그렇다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약은 무엇인가? 시인 가나모리 우나코는 말했다. “흙에 새긴 글씨는 물에 젖으면 사라진다. 우리 내면의 상처도 부드럽게 다스리면 아문다.” 칭찬·존중·이해가 상처치유약이란 말이다.

미국의 한 상담가에게 흑인 신사 한 사람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했다. 아무리 봐도 그 신사를 상담해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니 그 신사는 자신이 어린 시절 가난한 동네에서 살다가 절도죄로 청소년 감호소 같은 곳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을 방문한 상담가가 자신을 보더니 “똑똑하게 생겼는데 이런 데는 왜 왔어” 했다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칭찬을 들은 어린 소년은 그날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은 법조인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칭찬은 존중과 이해·사랑을 함께 담은 종합비타민 같은 것이라 정신적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들, 마음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약이다.

마음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말은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을 망치고 나서 ‘에이 못난 놈. 나 같은 걸 누가 데려다 쓰겠어?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자신을 책망하고 심지어 비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앙인들은 더 심하다. 자신을 죄인 혹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라고 심리적 학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는 그것을 자기성찰 혹은 회개라고 여긴다. 이것 또한 마음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 병적인 자학행위를 신앙 행위로 착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불쾌한 말을 해서 상처를 주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혹독한 말을 해도 마찬가지로 상처를 입는다. 다른 사람이 칼로 찌르나 스스로를 칼로 찌르나 상처가 나긴 마찬가지다.

몸은 알뜰히 챙기면서 마음은 방치하는 것만큼 우매한 짓도 없다. 마음을 함부로 다루어서 신경증 정신병에 이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홍성남 /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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