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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이번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북극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할 일정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심포지엄은 취소됐고 도쿄에 머무는 동안 붐비는 전철시간대를 피해 최소 인원만 만나고 식사 외에는 최대한 외출을 삼가했다. 귀국 전 내가 재직하고 있는 알래스카 주립대학으로부터는 외국을 방문한 교직원에게 14일 간의 자택 자가격리가 의무화됐다는 사실을 통지 받았다.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한 논문을 본 적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한 유럽 학자가 땅 속에 잠자고 있던 수퍼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이름처럼 ‘수퍼’라고 하는 것은 일반 바이러스에 비해 10~100배 이상 크다는 뜻이며 나이는 3만년 정도이다.

그런데 이 수퍼바이러스를 생각하면 의문점이 생긴다. 어떻게 냉동고 같은 언 땅에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었나? 깨어날 경우 인간과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등이다.

첫번째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하게 되면 포자라는 단단한 보호막을 만들어 그 속에서 영원한 동면을 한다.



문제는 두번째 질문이다. 그린란드와 시베리아 야말 지역에서 사향소, 순록과 같은 동물들이 아무런 외부 상처 없이 몰살이 된 적이 있었다. 몰살 원인은 탄저균에 의한 것으로 규명됐다. 탄저균(anthrax; Bacillus anthracis)은 911테러 이후 미국 연방의회로 배달된 소포에서도 나왔고 일본 731부대의 인체살상 실험에서도 사용돼 이름이 익숙한 균이다. 탄저균은 피부와 호흡기, 소화기 등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이중 호흡기관에 침투해 패혈증으로 사망케 하는 것이 흡입탄저균이다. 특히 피부에 해를 주는 탄저균은 감염부위를 검게 만든다. ‘탄저’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만약 수퍼바이러스가 창궐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문제는 수퍼바이러스가 지금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돼 사멸할 것이고, 적응하게 되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세계에 창궐하는 것을 팬데믹(pandemic)이라 하는데, ‘pan’은 전체라는 뜻이며, 'demic’은 전파라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우려되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흡입탄저균과 유사한 감염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탄저균과는 달리 코로나바이러스는 노약자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극지 환경이 날로 변하고 있다. 동토의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동토는 타임캡슐과도 같다.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아무리 면역을 높이는 음식 섭취와 운동을 하더라도 생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온난화의 시간을 더디게 가도록 하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의무다. 후손에게 물려 줄 자연 유산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을 현재를 사는 우리가 해야 한다. 아마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은 기후변화에 의한 부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자연의 혜택은 받고 살아 온 우리가 자연을 보존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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