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Partly Cloudy
78.1°

2018.11.16(FRI)

Follow Us

"말기암이라는데 화랑 아이들만 생각나"

[LA중앙일보] 발행 2017/11/17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11/16 22:54

청소년단체 화랑클럽 11주년
창립자 박윤숙 회장 인터뷰

박윤숙 회장이 창단한 청소년 봉사단체 화랑클럽이 지난달 11주년을 맞았다. 그간 미국과 한국 등 6개 나라에 1200명의 회원을 둔 단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례 나눔콘서트에서 한자리에 모인 화랑 임원진들. [화랑 제공]

박윤숙 회장이 창단한 청소년 봉사단체 화랑클럽이 지난달 11주년을 맞았다. 그간 미국과 한국 등 6개 나라에 1200명의 회원을 둔 단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례 나눔콘서트에서 한자리에 모인 화랑 임원진들. [화랑 제공]

시한부 선고받고 재검서 오진
'두 번째 버킷리스트' 화랑 몰두
"남길 유산은 돈 아니라 화랑"

현대식 ‘세속오계’로 엄격 훈육
운영ㆍ예산ㆍ회의는 자율 맡겨
미국 등 6개국 회원 1200명 성장
"한인 미국 대통령 꼭 만들 것"

"길어야 3개월 입니다…."

삶을 정리하라는 말에는 현실감이 없었다. 췌장암 말기라 했다. 한참을 원망하고 슬퍼한 뒤에야 체념했다. 못 자고 못 먹어 체중이 20파운드 빠져 겉모습은 영락없는 암환자가 됐다.

죽기 전에 준비가 필요했다. 버킷리스트를 썼다. 리스트 1순위였던 '아내와의 마지막 여행'을 한국으로 떠났다. 그동안 숨겼던 시한부 진단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못 믿겠다고 재검을 받자 했다. 뭐든 못해주겠나 싶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다시 검사했다. 의사의 말은 또 믿기 어려웠다. 오진이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은 말로 하기 어려워요. 죽었다가 살아난 거죠."

박윤숙 회장이 올해 초 겪은 '시한부 오진'을 털어놓은 이유는 버킷리스트 2위를 말하기 위해서다. "아내 다음으로 '화랑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어요. 죽음 문턱에서 내가 남겨야 할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화랑이라는 걸 깨달았죠."

제 2의 삶을 얻은 그는 요즘 본업인 아로마 골프 아카데미보다 화랑에 더 매달리고 있다.

화랑은 그가 2006년에 세운 청소년 봉사단체다. 지난달 창립 11주년을 맞았다. 정식 명칭은 화랑청소년재단이다. 한인 2세들의 정체성과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만들었다.

그동안 화랑은 쑥쑥 컸다. LA에서 1개 지부 창단 멤버 208명으로 시작한 화랑은 현재 미국 전역 23개 지부, 해외 5개국 7개 지부에 1200여 명이 소속된 글로벌 단체로 성장했다. 12~18세 사이만 단원으로 받아들였다가 최근엔 대학생까지 대상을 늘렸다.

확산 동력은 차별화다. 단순히 대학입시에 필요한 봉사 점수를 얻기위한 단체여선 안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봉사는 목적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그 철학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해왔어요."

1400년 전 화랑이 지켜야 했던 규율인 '세속오계'가 단체 이념이다. 가족, 나라, 이웃, 정의, 평화 사랑으로 쉽게 풀어 가르쳤다. 예를 들어 '정의 사랑'의 뜻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부당함에 굴하지 말아야 하며 평등과 사랑으로 맞서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로 규정했다.

입단하려면 최소한 한미 양국 애국가, 국기에 대한 맹세, 사랑오계를 쓰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심폐소생술(CPR) 교육도 의무적으로 받는다. 만약 입단 후에 학점이 2.7 이하로 떨어지면 성적이 좋아질 때까지 단원 자격을 정지한다.

규율은 엄격하지만 운영은 자율적이다. 지부, 위원회 회의나 행사 모두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예산은 재활용 캔.폐지를 모으고 축제 부스서 음식을 팔거나 기금마련 연례 콘서트를 통해 모금해 집행한다.

"지난해 10주년 만찬행사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모금 목표액을 30만 달러로 잡았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숫자라고 생각했는데 5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그 어린 애들이 말이죠.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모인 예산은 봉사에 쓴다. 매달 한차례씩 노숙자에 식사를 대접하고, 해변을 청소하고 낙서를 지운다. 비영리단체 트리피플과 연 2회 나무도 심는다. 가장 공을 들이는 봉사는 저소득층 무료 눈수술 프로그램인 '비전케어'다. 1인당 3000달러, 5명의 환자 시술비용을 지원해왔다. 데이비드 류 LA시의원이나 연방의원에 도전했던 로버트 안 후보의 선거 활동도 화랑 아이들이 발로 뛰며 지원했다.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때를 물었다. "화랑 출신 아이가 대학에 진학해 돈을 보내왔습니다. 인턴 첫 월급 400여 달러 정도인데 '화랑 후배들 위해서 써달라'고 편지를 썼죠. 고맙고 기특해서 한참을 울었어요."

최근 수개월간 박 회장이 바쁘게 쫓아다닌 덕에 화랑은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화랑이 탄생했다. 이양구 우크라이나대사의 초청으로 키예프에 가서 2개의 화랑클럽을 창단했다.

겹경사도 생겼다. 가주 주의회가 매년 10월10일을 '화랑의 날(Hwarang Youth Day)'로 제정했다. 소수계 청소년을 위한 특정일 제정으로는 최초라고 했다.

그는 큰 꿈을 꾸고 있다. 삼국사기에서는 화랑을 가리켜 '어진 재상과 충성스러운 신하가 이에서 나왔고, 훌륭한 장수와 용감한 병사가 이에서 생겼다'고 했다. 오래전 화랑의 역할을 지금 우리의 아이들도 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화랑 출신 아이가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문의: (213)820-2929, 홈페이지(http://hwarang.us)

오늘의 핫이슈

Branded Content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