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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게임 세계의 경제학

경제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게임회사의 경제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본 게임 리니지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은 대규모온라인RPG(MMORPG)라고 부른다. 수만 명의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서 사회를 이루고 있다. 당연히 게임 속 사회에도 경제체제가 있고 경제구조를 담당하는 경제학자가 필요하다. 현실 속 경제학자처럼 통화량을 관리해서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 등이 주된 업무다.

학부수준의 경제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상의 세계나마 하나의 경제체제를 '거시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나의 거대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MMORPG의 세계에서 '신'과 같은 지위를 누려보고 싶었다. 끝없이 성장하고 있는 한국게임업계의 대표상품인 MMORPG의 일원이 되고 싶단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의 MMORPG들이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비판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 해에도 십여 개씩 쏟아지는 MMORPG들이 창의성 없이 만들어져 비슷비슷하고 사용자들의 현금결제를 유도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사행성이 강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는 'free to play, pay to win'이라는 말이 철칙처럼 통용된다. 게임을 하는 것은 무료지만 승리를 위해서라면 결국 돈을 주고 아이템을 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임은 이제 지나치게 상업화 돼가고 있다.



어떤 게임들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추첨 시스템'을 도입했다. 돈을 주고 아이템이 아닌 '상자'를 사게 된다. 상자 안에 어떤 아이템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복권 같다. 지나치게 운이 많이 작용해서 사행성이 강하다.

게임 안에 경제학이 있다면 게임 바깥에도 경제학은 존재한다. 최근 한국의 대표 MMORPG인 리니지를 모바일 버전으로 바꿔서 '리니지M'으로 발매한 제작사 NC소프트 측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려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리니지M이 올린 매출은 3분기에만 5000억 이상. 하루 평균 55억을 벌어들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원동력은 사행성 짙은 아이템의 판매다. 게임회사들이 엄청난 비판을 들으면서도 사행성 아이템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운 게임이 한국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만든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다. 다른 한국의 게임과는 다르게 사행성 아이템이 없고 기존의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채택해서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2016년까지 매출액 300억에 불과했던 블루홀 스튜디오는 이제 기업가치가 5조에 이르는 거대회사가 됐다. 배틀그라운드가 올 한해 2000만 장 넘게 팔렸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5000억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배틀그라운드도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니다. 비판을 받는 지점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획일적인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게임을 만든 용기를 높게 사고 있다. 게임의 경제학에서도 이제 혁신이 찾아오고 있다.


조원희/디지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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