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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 노하우, 도움 필요한 이들에게 나눌게요"

유니온플러밍 양인수 목사 세상사는 이야기

플러밍 30년하다 목사의 길로
'밥벌이' 인생의 가장 큰 걱정
복음 전하려고 기술 전수키로
성도의 힘든 삶 아는 목사돼야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과 뒹굴어
함께 교회 다니고 선교도 갔으면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양인수 목사(열방선교교회) 역시 그랬다. 그는 밥벌이를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러다 플러밍 기술을 익혔다. 그동안 그 기술 때문에 먹고 살았고 이민 생활도 제대로 정착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유니온 플러밍'이라는 회사도 차렸다. 이제는 밥벌이의 노하우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려고 한다. 양 목사는 "그게 나의 전도의 도구이자, 목회와 선교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양 목사를 만나 그가 왜 밥벌이의 노하우를 나누려는지 들어봤다.

양인수 목사는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빵 문제'라고 지칭했다. 건축회사에 다니다가 1981년 미국에 온 그도 여느 이민자처럼 빵 문제를 해결하려고 온갖 궂은 일을 다했다.

-그땐 한인들도 별로 없었을 때 아닌가.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다. 빌딩청소, 밤 청소, 길거리에서 오렌지를 파는 일까지 무지하게 고생했다. 미국에 오려면 영어를 잘하든지, 가진 돈이 있든지, 가진 기술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서 미국에 온 걸 후회하진 않았나.

"왜 안 했겠나. 그런데 너무 힘들다 보니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빨리 이 환경에 적응하자.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게 되더라. 점점 주변에 밥벌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같은 처지의 사람도 보였다. 그때 길거리에서 오렌지를 팔았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히스패닉 친구들한테 어떻게 오렌지를 싸게 뗄 수 있는지 노하우를 다 전수해줬다. 길거리에서 오렌지 파는 일, 원래 그거 내가 원조다. (웃음)"

-플러밍은 어떻게 배웠나.

"그 당시 아파트 관리일도 좀 했었다. 그런데 플러밍 서비스가 계속 필요하더라. 사람을 불러보니 돈도 너무 많이 들고 내가 직접 배워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배우기 시작했다."

양 목사는 "본래 처가가 엄청난 부자"라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모든 손길을 스스로 거절했다. 스스로 일해서 자리를 잡고 싶었다. 그래야 떳떳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플러밍 업계에서 "지금은 알아주는 전문가가 됐다"며 자신했다. 그만큼 30년 넘게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다.

-그 노하우를 왜 나누기로 했나.

"목회를 하면서, 또 그동안 일을 해오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며 느낀 건 결국은 '빵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내가 당장 배고프고 죽기 직전인데 복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할 겨를이나 여유가 없는 거다. 예수도 인간의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 주셨다. 그래서 '오병이어' 같은 기적을 보이시지 않았나. 먼저, 먹이고 그 다음 복음을 전했다. 나는 목사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먼저 그들의 현실적 고민을 함께 나눠보고 싶었다."

양 목사는 뒤늦게 목사가 됐다. 플러밍 일을 하다가 2010년 미주 총신대학교에 입학해 신학을 하고 5년 뒤 목사 안수를 받아 본격적으로 목회를 시작했다.

-목사로서 고민을 나눈다는 건.

"꼭 설교만 잘해야 하는 게 목사가 아니다. 현장과 일상에서 사람과 같이 뒹굴며 생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스님이 도를 닦기 위해 산으로 간다면, 목사는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사람과 같이 한솥밥 먹고, 복음 전하는 게 목회 아닌가."

-왜 뒤늦게 목사가 되기로 했나.

"사실 목사는 예수의 흔적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 아닌가.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과 뒹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목회에 대한 부르심을 피해다녔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너무 생활이 어렵고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지금은 그것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거다."

-어떤 목사가 되고 싶나.

"절대 다른 목사에 대한 평가절하는 아니다. 다만, 온실에서 자란 목사들이 있다. 그러면 시야가 좁다. 눈물 젖은 빵도 먹어야 한다. 성도의 삶을 심적으로 이해는 해도 실제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애타는 심정을 알 수가 없다. 이민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웰페어를 쪼개서 헌금을 내는 그런 삶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성도들이 그렇게 힘들게 낸 헌금이라는 것을 정말 안다면 진정 하나님이 원하는 곳에 그 돈이 쓰일 수 있게 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어떤 목사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인생 경험, 사회 생활,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해본 나는 성도의 심정을 조금은 아는 목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떤 식으로 노하우를 나누겠는가.

"정말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도움이 필요한 5가정만 딱 가르쳐주고 싶다. 본인이 열심히 인내와 끈기를 갖고 한다면 내가 라이선스 획득부터 실제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까지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줄 계획이다. 이론부터 실습까지 모든 비용도 내가 부담한다."

-어떠한 조건도 없나.

"왜 없겠나. 물론 나도 바라는 게 있다. 우선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나와 함께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다른 교회에서 섬기는 사람은 사절이다. 남의 교인 뺏었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 나에겐 계획도 있다. 나중에 선교지를 위해 교회도 세워주고 선교 사역에 헌신하고 싶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서 돈을 벌면 함께 교회에서 신앙 생활도 하고 선교 사역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플러밍 기술을 가르쳤는데 다들 먹고 살만하니까 떠나더라. 인간적인 배신감도 느꼈다. 하지만, 꼭 함께 선교 사역에 헌신할 수 있는 교인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만났으면 좋겠다."

▶문의:(213) 422-9949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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