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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종단' 낭만은 멀고 위험은 가깝다

서부 3개주 2650마일 종단길
최근 한국서 온 60대 남성 사망
LA총영사관에서도 주의 당부
사막·1만 피트 고지·설산 등
매일 12마일씩 5개월간 걸어야
철저한 준비 없다면 '죽음의 길'


미국 3대 장거리 트레킹 코스로 꼽히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종주에 도전하는 한국인이 늘었지만 사전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한국인 박모(65)씨가 종주 도전 4일 만에 사망한 이후 한인 산악회와 LA총영사관은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서부를 종단하는 PCT는 거리만 2650마일(4264km)로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3개 주의 고산지대 능선을 따라 걷는 코스다. 애팔래치아 트레일(AT),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DT)과 함께 미국 3대 장거리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특히 PCT는 국립공원 7곳, 국유림 25곳의 유려한 경관이 유명한 만큼 안전사고 가능성도 크다. 샌디에이고 사막, 1만 피트(3000m) 고지대 능선을 걸어야 하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오리건과 워싱턴주까지 호수와 눈 덮인 산 등을 통과해야 하는 험준한 산악지대 구간이 포함됐다.지도 참조



PCT는 2015년 1월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한 영화 '와일드'로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여자 주인공이 PCT를 종주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회자됐고, 각종 블로그에 PCT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한국인 도전자도 늘었다.

문제는 한국에서 오는 등산객이 '도전'에만 의미를 두는 바람에 사전준비에는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요자연산악회 김중식 회장은 "회원들이 PCT 주요 지점에서 등산객에게 물과 먹을 것을 나눠준다"며 "최근 한국에서 오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생사를 걸어야 하는 길임에도 대부분 안전장비가 부족하다. 등산 경험이 없는 20~30대 한국인 젊은 층이 늘어난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요자연산악회에 따르면 PCT 남쪽 출발지인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국경지대부터 팜데일 구간은 사막과 황무지 구역이다. 하루에 물을 최소 1.5~2갤런 챙겨 땡볕을 걸어야 한다. 이후 1만 피트 능선 구간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인적이 드물고 식량조달도 어렵다. 이런 산악 능선을 하루 평균 12마일, 약 5개월 동안 걸어야 한다.

김중식 회장은 "PCT는 지리산이나 백두대간 종주와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철저한 준비를 해도 기진맥진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최소한 3~4년 산행 연습을 한 뒤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사망한 박씨는 스페인 순례자의 길(왕복 1100마일) 종주 후 PCT 도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고인은 샌디에이고 출발지에서 사막지대를 3일 동안 걷다가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져 숨졌다. 장례식에 참석한 PCT 한국인 도전자 5명 중에는 등산 경험이 없다는 20대 여성도 있었다.

LA에서 PCT 한국인 도전자를 돕는 이주영씨에 따르면 2017년 10여 명, 올해에만 20명 이상이 PCT 종주에 나섰다.

이씨는 "최근 트레킹이나 산행, 캠핑 경험이 없는 초보자가 PCT를 도전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PCT는 산을 전문적으로 타는 사람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사막기후, 고산지대 능선, 설산 등 미국 환경은 한국 사람이 경험해보지 못한 지형과 기후다. 체력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절대 무리한 도전을 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LA총영사관 측은 "미국 자전거 횡단과 PCT 종주 등을 할 때는 개인의 체력과 능력치를 반드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신체적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일은 금물"이라고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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