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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갑질'과 공감 능력

김병일 / 사회부 부장
김병일 / 사회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5/3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5/29 20:22

한 가족 가운데 3명이 별개 사건으로 경찰에 직접 나와 조사를 받게 돼 언론의 카메라 플래시에 노출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 힘든 일을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해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문의 갑질 논란에 이어 이들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행한 막말과 폭행은 일반인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들 세 모녀가 보여준 언행에 대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보여진다고 진단한다. 수도권 병원의 한 의사는 "이들은 공감능력이 없고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며 "성격장애는 보통 본인이 아니라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 이 때문에 돈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이 성격장애를 가진 경우는 어떻게든 고치거나 도태된다. 하지만 권력자는 성격장애가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익 교수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내가 왜 그랬지'라며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은 정신과를 찾는다"며 "그렇지만 이 이사장은 그런 식으로 행동해도 큰 상관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스스로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런데 이 사회에는 이들 세모녀와 같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지낸 채 갑질하는 분(?)이 적지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와 권한, 돈을 이용해, 즉 자신의 권력을 바탕으로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말과 행동을 조직원에게 아무 거리낌없이 행하는, 이른바 갑질하는 직장 상사가 너무 많다.

지난해 12월 한국 잡코리아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갑질 횡포는 직장인 10명 중 9명 가량(88.6%)이 경험했다고 답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감사팀에 제보하는 식의 대응은 자칫 본인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 제대로 폭로하지 못하고 속앓이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4월에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는 더 충격적이다. '갑질 상사'를 주제로 직장인 8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97%가 '갑질 상사와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갑질 상사 유형 1위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미꾸라지형'과 '본인의 기분에 따라 팀 분위기를 바꾸는 기분파형'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이랬다 저랬다 말 바꾸는 변덕쟁이형' '사사건건 감시하고 지적하는 지적형' '상사의 명령이나 의견에 무조건 맞추는 YES맨형' '자신과 코드가 맞는 직원에게는 자율권을 주고 눈 밖에 난 그룹에게는 간섭하는 사내정치 조장형'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수직적인 사내 분위기와 직급의 권력화가 일상인 한국 기업 문화에 대한 자정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일의 효율성을 위해 마련한 직급이나 직위를 군대 계급이나 신분제로 착각하며 조직을 운영하는 윗분이 적지 않다는 현실 진단이요 경고인 셈이다.

직급이나 직위를 무기 삼아 호가호위하며 안하무인이고 방약무인한 태도로 갑질하는 자들과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전체 판을 좌지우지하는 조직이나 사회, 국가는 오랜 시간 유지되지 않는다. 이들에게서 양심과 상식, 개인 사생활, 인권, 자유를 요구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과 언행이 이들에게는 이미 절대선으로 뿌리 내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적폐가 청산되지 않으면, 쇄신이 없다면 시간 문제일 뿐이지 사라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갑질 없는 세상이 유토피아의 한 모습이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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