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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된 참기름집 2주 뒤면 못 본다…2대째 수제 고집 '정식품'

재개발 밀려 이달내 옮겨야
다른 장소 찾지만 월세 2배
"타운 노포 폐점 더 없기를"

남편 정도령씨와 아내 정선희씨가 2대째 이어 온 참기름집 '정식품' 앞에 서 있다. 김상진 기자

남편 정도령씨와 아내 정선희씨가 2대째 이어 온 참기름집 '정식품' 앞에 서 있다. 김상진 기자

"정말이에요? 문 닫는 거여요?" "어디로 옮겨요? 계속 영업 하시는 거죠?"

17일 오전 11시. 가게에 들어서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묻는다. LA한인타운내 유일한 정통 수제 참기름집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손님들이 단걸음에 달려왔다. 5~6명만 서있어도 꽉 찰 정도의 좁은 공간에 10분 동안 10여 명의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와 걱정한다. 단골들은 자기 일처럼 아쉬워했다.

8가와 웨스턴 애비뉴 인근에 위치한 수제 참기름 업소 '정식품(Chong's)'이 34년간 지켜온 보금자리에서 떠나게 됐다. 건물 소유주인 제이미슨 프로퍼티가 아파트 개발 계획을 내세워 세입자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당 건물에 정식품과 함께 입주해있던 고려여행사 인쇄 광고회사 미용실 스킨케어 한의원 등 타업소들은 이미 다 퇴거해 간판만 남았다. 정식품도 2주 내로 자리를 비워야 한다.

정식품의 정도령(53) 대표는 "34년간 매일 참기름을 짜던 곳인데 하루 아침에 쫓겨나게 됐다"면서 "지난 6월26일 오전에는 렌트비 고지서를 받았는데 오후에는 한달안에 나가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식품은 지난 1986년 정 대표의 부모가 문을 연 이래 2대째 이어오고 있는 가업이다. 정 대표는 20세 때부터 부모를 도와 참기름을 짜기 시작했고 결혼한 후에도 아내도 함께 가게를 운영해왔다. 기름을 짜는 일이다 보니 고된 일이지만 자부심 하나로 묵묵히 일했다.

정식품의 참기름엔 그 성실함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참기름 12온스 병에 12달러 24온스는 22달러로 일반 시중에서 파는 참기름 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좋은 깨를 사용하고 정직하게 짠 제품이라 단골 손님들이 많다. 조금 비싸더라도 한 번 맛 본 손님들은 다시 매장을 찾게 된다는 것이 정 부부의 이야기다.

막상 퇴거명령을 받고 보니 생각이 많다.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상황인데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정식품의 리스 계약은 약 10년 전부터 연간이 아니라 월 단위로 바뀌었다.

정 대표는 "퇴거명령 전 최소 3개월 전에 해당 내용을 알려야 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월세 계약일 경우엔 한 달 전 통보를 해도 짐 싸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 가게 자리를 찾기도 쉽지않다. 다른 일반 업소들과는 달리 참기름 짜는 기계들이 많고 작업 과정에서 냄새도 나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서는 반가운 세입자라고 하기 어렵다. 게다가 타운의 렌트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껑충 올랐다. 정 대표는 "타운에서 가게 자리를 구하려면 지금보다 두 배 높은 월세를 내야한다"면서 "그럼에도 손님들이 기다리니 얼른 새 작업장을 구해야 하는데 급하다고 아무데나 갈 순 없고 열심히 찾고는 있다. 이번 달 말까지는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식품이 처한 상황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LA한인타운내 재개발 바람에 밀려나는 노포(대대로 물려오는 점포) 업소들의 서글픈 단면이다. 지난 2016년 전원식당도 기존 입주한 몰의 재개발로 22년 만에 터전을 잃고 어렵게 새 둥지를 틀었다. 또 타운의 대표 명물로 손꼽히던 올림픽 길 '김방앗간' 건물도 아파트 재개발로 한 순간에 자취를 감췄다.

정 대표는 "결국 가게를 비우게 됐지만 가업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래된 타운 업소들이 개발 바람에 문을 닫는 상황이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희정 기자 hong.heej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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