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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식보다 '체면'이 중요하다는 부모

홍희정 / 사회부 기자
홍희정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12/05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2/04 20:10

10세 소년이 스스로 손목을 그었다. 간신히 고비는 넘겼지만 소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의 자해를 시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의 엄마는 LA정신건강국을 찾았고 담당 상담사는 아이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치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엄마는 하루빨리 치료를 진행하자고 서둘렀다. 그런데 의외의 걸림돌이 있었다. 아이의 아빠가 결사 반대를 한 것이다. 체면이 구겨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상담했던 관계자는 “아이 아빠는 자식을 정신과 병원에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 시선도 그렇고, 낙인 찍히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데 너무 화가 났다. 아이를 살리는 게 우선 아닌가. 아이 아빠에게 따끔하게 충고하고 아이를 강제 입원시켰다. 그만큼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자식보다 체면이 중요한 부모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아팠다. 이것이 한인 사회의 현 주소는 아닐까 두려움도 컸다.

실제로 최근 LA정신건강국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한인들이 체면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정신과 치료의 필요성을 느낀 LA카운티 한인 성인 중 16.8%만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종으로 살펴봤을 때 60%가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자칫 우울증을 넘어서 자살, 즉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 자살 건수만 살펴봐도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인종별로 살펴봐도 한인이 사망 100건 당 자살률 3.7%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일본계는 0.7%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한인 자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감정을 분출하지 못하고 억누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악플과도 연관 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쓴 책 ‘모멸감’에 따르면, 한국은 악플이 선플보다 4배나 많은 반면 일본은 악플보다 선플이 4배 더 많았다. 심지어 네덜란드는 선플이 9배 더 많을 정도로 그 비율이 압도적이다.

악플이 많은 만큼 신고 건수도 많다. 2016년 네이버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댓글 중 하루 평균 2만3700여 개의 악플이 신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쓴 댓글을 지운 경우도 일반 뉴스 17.32%, 연예 뉴스는 16.62%를 차지했다.

반면 익명성이 보장 안 되는 카페, 블로그 등에선 신고된 악플이 전체 댓글의 0.1%밖에 되지 않았다. 익명성 뒤에서 자신의 분노, 감정을 마구 분출하는 네티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안정영 코디네이터는 “한인들이 분노장애가 많다. 평상시에 억눌려 있다 보니까 어떤 계기가 생기면 결국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정신을 위해 치료받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조언한다. 감기가 걸렸을 때 감기약을 먹고, 상황이 악화되면 병원을 찾듯 우리의 정신 건강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정신 건강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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