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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버럭 아저씨와 한인타운 저임금

이성숙/수필가

초등학교 때 어느 아침 등굣길, 친구들 만날 생각에 들떠 팔랑대며 걷다가 어떤 아저씨와 부딪쳤다. 엉겁결에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 아저씨는 눈 똑바로 뜨고 다니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1970년대는 이런 버럭 아저씨가 많던 시절이었다. 40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인의 평균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갑질로 부활한 버럭 아저씨들은 여전히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후진적인 문화가 미국 내 한인사회에도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업주는 직원들의 약점, 즉 열악한 신분이나 언어의 한계 등을 이용하여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고 노동을 강요한다. 심하게는 영주권이 없는 여성 직원에게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다.

LA 주변에는 다양한 소수 인종 커뮤니티가 있다. 이 중 한인들의 중간소득은 우리가 얕보는 베트남인들보다 적은 꼴찌다. 미국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높은 한인들의 학력 수준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통계는 한인 빈곤율(15.1%)이 베트남인을 제치고 미국 내 1위임도 보여준다. 이는 미국 전체 빈곤율(13%)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통계는 몇 년 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한인 업주들의 임금 횡포는 이미 타인종 문화권에까지 소문이 났다. 한인들은 타 문화권에서조차 임금 피라미드의 하층부를 이룰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저임금이 묵인되는 데는 개인의 책임도 있다. 이민 1세들의 영어 무관심은 한인사회 저임금의 중대한 요인이 된다. 개인은 업주의 갑질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치열하게 말(영어)부터 배워야 한다.

재외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LA이다 보니 'LA에서는 영어 못해도 산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한다. 어불성설이다. 언어는 생존의 제1 수단이다. 업주는 업주대로 주류 사회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개인도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임금이 낮은 원인으로 적극적으로 자기 어필에 나서지 않는 한국인 특유의 내성적 기질도 한몫한다. 우리는 참을 만큼 참은 후 '버럭' 화를 내는 민족이다. 내성적이지만 다혈질이라는 얘기다.

시스템의 나라인 미국에서 다혈질은 화근이 될 뿐이다. 오래 참은 사람일수록 폭발 수위도 높다. 참는 대신 차근차근 일의 전말을 살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요구할 게 있으면 요구하되 말보다 서류로 접근하는 것이 상식이고 개인적 접촉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법률 상담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자기 구제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화를 쌓아두는 것보다 현명한 방식이다. 삼삼오오 모여 불평하는 것으로는 얻을 게 없다. 버럭 아저씨가 떼로 몰려와도 서류화하지 않은 주장 역시 효력이 없다.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국적 시스템과 윤리 안으로 자진해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인사회는 머지않아 미국 안에서 가장 후진 민족으로, 미국 내 섬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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