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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미소

1980년대에 유행하던 가수 김성호의 ‘웃는 여잔 다 이뻐’라는 노래가 있다. 그 제목은 좀 유치한 것도 같지마는, 순수한 노랫말과 세련된 멜로디로 지금 다시 들어도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꽤 괜찮은 노래다. 웃고 살자거나 웃음은 건강의 묘약이라는 말도 흔히 듣는다. 웃는다는 것은 기쁨의 신체적 표현이요 즐거움의 신호이니 그럴듯한 얘기다. 웃음에는 큰 소리로 껄껄 웃는 가가대소(呵呵大笑)나 손뼉까지 치며 크게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가 있는가 하면 소리 없이 입가에 잔잔히 띠는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까지 그 종류도 많다.

이백의 한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는 시구가 있다.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느뇨 하고 물으면,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사람들이 왜 이런 깊은 산속에서 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 대신 웃겠다고 한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에서 자연에 취해 사는 삶의 즐거움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설명할 수가 없으니 빙긋 웃고 마는 것이다. 구태여 이유를 설명해 봤자 무엇하겠는가.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 자체가 유유자적한 한가로움을 흩뜨리는 일 아닌가. 시인 김상용이 일제 강점기에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라는 그의 시에서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바꿔놔서 더 유명해졌다.

격한 웃음이나 보통 웃음과 다르게 미소의 의미는 모호할 때가 많다. 그래서 미소는 미스터리요 수수께끼라는 말도 한다. 모나리자의 “잡을 수 없는 미소”나 부처의 신비스러운 미소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여러 가지 추측과 나름대로 해석이 있을 뿐이다. 석가모니가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꽃 한 송이를 보여주었을 때 제자 중에 유일하게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간파하고 빙긋 웃었다는 소위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 또한 이런 것이리라.

미소가 반드시 기쁨이나 즐거움을 나타내거나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놀려대며 비웃는 조소나 깔보는 냉소, 불안하거나 불편할 때 짓는 씁쓸한 고소도 있다. 승자의 미소와 패자의 미소는 극과 극이다. 내면에서 환호작약하는 감정의 표출인 승자의 미소, 그리고 고통을 감추고 패배를 인고 승화시키는 패자의 미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는 “무겁고, 까다로운 독기가 서린 뱀처럼 꿈틀거리는” 살기 가득한 미소도 있다. 저승사자의 써늘하고 음산스러운 미소는 어떤가.



갓 태어난 아기의 미소처럼 천진난만하고 꾸밈없는 미소도 없다. 반면에 매춘부나 정치가들의 가장된 미소처럼 지극히 가식적이고 위장된 거짓 미소도 허다하다. 예로부터 전쟁터에서는 적을 만나면 칼을 빼 들지만, 정치에서는 정적을 만나면 미소를 지으라는 충고도 있다. 이런 계산된 허위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서도 자주 본다. 항공기 승무원들이나 백화점 점원, 호텔 종업원들의 입사 초기 훈련 중에 웃는 연습을 하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미소를 꾸미는 일에는 배우와 광고 모델이 전문가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미소에 관한 연구에 이런 것도 있다. TV에서 환한 미소를 보여준 광고모델과 옅은 미소를 띤 모델에게서 시청자가 받는 느낌을 비교한 것이다. 대체로 환한 미소는 따뜻하고 친절한 인상을 주는 반면 옅은 미소는 전문적이고 유능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한다. 미소의 정도에 따라 사람의 능력과 성격이 달라 보인다는 결론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광고를 작성할 때 모델들의 상황에 따른 표정 관리에 지침이 될 모양이다.

‘웃는 집 문으로 온갖 복이 들어온다(笑門萬福來)’라는 우리 옛말도 있고, 미소는 사랑의 시작이고 평화의 시작이라는 마더 테레사가 남긴 명언도 있지만, 고작 한 계절을 살면서도 늘 해맑은 미소를 짓는 꽃잎을 닮고 싶다는 시인이 있다.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세상에 죄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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