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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군상' 주라영 작가 첫 뉴욕 개인전 개막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군상 시리즈'
"쉴새 없이 달리는 뉴요커들과 닮았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달려가는가'

흰색 갤러리 벽에 수백 개의 여성들이 달려가고 있다. 각자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달리는 여성들은 미러와 아크릴 위에 화려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달려가는 군상' 시리즈로 잘 알려진 주라영 작가의 첫 뉴욕 개인전이 열린 6일, 맨해튼의 K&P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이번에 가져온 전시작들이 쉴새 없이 매일을 달리는 뉴요커들과 닮았다"고 했다.

15년 넘게 달리는 사람들의 군상으로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과 소통해온 그의 초기 군상 시리즈는 한국의 미술 과목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현재 전남대 미대에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주 작가의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삶의 변화에 따라 변화해온 군상 시리즈가 우리 삶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인도 바라나시로 떠났어요. 20대 중반 어린 나이었지만 어떤 작품 세계를 펼칠지 깊이 생각하고 싶었거든요. 돈이 가장 적게 드는 곳이기도 했고…"

남들과 같은 관점으로는 틀을 깰 수가 없다고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남이 정한 가치가 아닌 '내가 원하는 가치'에 집중해야 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찾아야 했다. "한 3개월을 철저하게 본능이 요구하는 것만 하면서 살았어요. 배가 고파야지만 먹고, 잠을 자고 싶으면 자고, 졸리지 않으면 내내 깨어 생각에 집중했죠. 나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했어요." 가장 인도다운 곳이라는 바라나시에 생명의 강이라 불리우는 갠지스 강에서는 삶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화장터에서 빻은 뼛가루를 강에 뿌리고 근데 또 그 강물로 씻고 설거지를 하고 …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 느꼈죠."

인도에서 석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광주 시골의 한 마을회관에서 '달려가는 사람들' 작업을 시작했다. 2000명의 군상들이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 천정에 닿는 설치미술이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딱 느낀 느낌을 표현했어요. 자아조차 망각한 채 맹목적으로 정신 없이 내달려야 하는 현대인들의 불안. 생존을 위해 허덕이며 질주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가엾은 우리 시대의 초상이라고 느꼈죠."

한 달에 70~80만원을 겨우 벌던 시절, 미래가 너무 불투명했고 친구도 없었고 우울증까지 왔던 그의 초기 작품들은 앙상한 군상의 모습들이 주를 이룬다. 주제들은 주로 '고독''외로움''최면' 등. 이 군상 시리즈는 대중적 인기를 끌진 않았지만 중등 미술 교과서에 게재됐고 한국 대기업에서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사들였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주 작가의 군상들은 굉장히 화려하다. 아크릴 소재로 표현한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들은 날아갈 듯 가벼운 몸동작과 함께 하이힐을 신고 달려간다. 파스텔톤의 머리칼 하나하나에 작가의 손길이 묻어났다. 욕망, 아름다움 등이 담겼다.

"어느 날 길을 가는데 제 얼굴에 꽃잎 하나가 떨어지데요. 시대적 의미를 담은 작품도 좋지만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이 꽃잎처럼 떨어질 텐데 활짝 피었던 순간에 감사하며 이 찬란한 순간들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때부터 주 작가는 아름다운 꽃을 달고 달리는 여성들을 소재로 시리즈를 바꾸었다. 거울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도 몰두했다.

"달려가는 군상 시리즈로 작품을 해온 지 15년이 넘었네요. 관객들이 작품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게 제 작품의 지향점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고독에서 환희로 나선 작가 자신의 모습이 군상 시리즈를 완성해가고 있다.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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