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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음악가에 대한 단상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음악회를 연다는 것, 혹은 연주를 한다는 의미는 약속된 음의 조합을 연주자의 해석으로 풀어 구현해내는 것이다. 음악가를 양성하는 음악대학의 커리큘럼 가운데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수강하는 과목들이 있는데 성악 전공인 경우는 합창, 피아노 전공은 관현악 악기나 성악과 학생들의 반주, 그리고 악기 전공은 오케스트라와 같은 앙상블 수업이 그것이다. 대개 이런 수업들은 학생 모두가 일정 학기를 수강해야 하는 전공 필수과목에 해당된다. 음악가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개인이 먼저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음들의 조화를 함께 조율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음악가들이 개성도 강하고 자기 고집도 세지 않느냐고 말한다. 혹자의 표현대로 음악가들은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소유한 사람들 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 속에서 무대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사람들이 바로 음악가다. 넓은 무대에 홀로 앉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는 요요마는 사실 더 많은 경우 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주하거나, 100여 명에 이르는 동료 음악가들이 만들어낸 음악에 맞춰 협주곡을 연주한다. 오페라 무대에 서는 성악가가 오케스트라의 도움 없이 홀로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그 연주에 감동을 받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본인의 작품을 직접 연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작곡가들은 좋은 연주자를 섭외해 함께 협업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나간다.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휘자도 마찬가지다.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즐거운 케미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과연 개성이 뚜렷하고 음악적 견해도 다양한 음악가들이 모여 거짓말처럼 한 무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음악가들은 자기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존경할만한 대상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하기도 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는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끌리는 무엇인가가 있는 사람에게 음악가들은 특별한 케미를 느낀다. 음악가에게 높은 연주비는 자신이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단적인 예다. 대개 전문 독주자들의 연주 비용은 밝혀서는 안되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다. 금액이 연주자의 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으로만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메트 오페라 극장에서의 러브콜은 독일의 작은 극장에서 노래했던 가수에게는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잡아야 할 꿈과 같은 일이다. 연주비를 적게 받게 되거나,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메트와 같이 유명 연주자나 단체로부터 초청을 받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뢰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믿고 의지한다'이다. 그중에 '뢰'라는 한자는 '도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즉,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상대방을 믿는 것'이 신뢰라는 말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한 최우선 덕목을 이미 놓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음악가들은 아름다움 찾아 늘 고민하고 탐구하여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동료 음악가들은 가르치고 내 방식을 관철시켜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믿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이 공간을 늘 확보해둬야 한다. 이는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음악가들 사이의 평가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좋은 관계는 그 암묵적 경계를 허물고 그 차이를 무력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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