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스트레스와 부족함

양주희 / 수필가

스트레스는 암과 같다. 마치 독이 든 사과를 먹는 것처럼 인체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스트레스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비 내리는 날 없이 1년 365일 내내 태양만 눈부시게 쪼인다면 식물은 어떻게 되겠는가. 대지는 사막이 되어 모든 식물은 말라 죽게 된다. 때때로 내리는 장대비와 폭우가 대지를 풍요롭게 하듯 적절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퇴한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지었다는 애리조나 주 썬밸리시티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나 젊은이들의 애정 표현도 없고 노점상이나 노숙자도 없는 그야말로 청정 지역이다. 자동차는 시속 25마일 이하의 속도만 허용되고 편의 시설과 의료 시설이 최첨단 지상낙원인 이곳의 치매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없고 걱정거리가 없고 변화가 없는 환경이 노인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영화 같은 노후 생활을 꿈꾸고 왔던 입주민 중 상당수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서 새장 속의 새처럼 나약하게 사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진이 조사한 행복의 최적 조건이 눈길을 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간의 걱정과 고민은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적당히 행복한 사람이 최고로 행복한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하며 장수할 가능성도 높다. 일종의 흥분 상태인 최고의 행복감은 심혈관을 손상할 가능성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최고의 행복은 정서적 안정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며 바람직한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적당한 걱정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손님 리디아는 남자 친구와 23년 동안 같이 살았다. 둘 다 은퇴하고 사회보장 연금과 퇴직금으로 생활을 한다. 퇴직하고 24시간 같이 생활하다보니 잦은 말다툼에서 상처를 주는 싸움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헤어지자고 한단다. 리디아는 자기가 받는 사회보장 연금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 남자 친구는 그것을 아는지 큰 소리 치며 위세를 떤다. 헤어지면 위자료도 없고 어려운 생활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아 참고 참다가 터졌다. 리디아는 말할 상대가 없어 제일 힘들고, 조금 비축한 돈으로 지금 사는 것에는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 아직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어 구직 광고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남자 친구는 우리 가게에 맡겨 논 세탁물을 찾아가지 않는다. 싸우면서 계속 가지고 와서는 찾아가지 않으니 비좁은 가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리디아가 힘없이 가게에 왔다. 남자 친구가 길가에 쓰러져 병원으로 호송하면서 경찰이 연락이 왔다고 한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 수술 받은 이력이 있고 거기에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쓰러진 것이다. 그러면 누가 남자친구 병간호를 해야 하나.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재산에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또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그리고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를 가진 것이 좋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부족함이다. 재산.외모.명예.체력.언변이 완벽하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부족함을 딛고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의 스트레스와 부족함은 먼 훗날 최고의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인생낙원은 가까운 곳에 있다. 다름 아닌 내가 고민하고 다투며 화내며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