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스트레스와 부족함
양주희 / 수필가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진이 조사한 행복의 최적 조건이 눈길을 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간의 걱정과 고민은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적당히 행복한 사람이 최고로 행복한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하며 장수할 가능성도 높다. 일종의 흥분 상태인 최고의 행복감은 심혈관을 손상할 가능성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최고의 행복은 정서적 안정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며 바람직한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적당한 걱정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손님 리디아는 남자 친구와 23년 동안 같이 살았다. 둘 다 은퇴하고 사회보장 연금과 퇴직금으로 생활을 한다. 퇴직하고 24시간 같이 생활하다보니 잦은 말다툼에서 상처를 주는 싸움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헤어지자고 한단다. 리디아는 자기가 받는 사회보장 연금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 남자 친구는 그것을 아는지 큰 소리 치며 위세를 떤다. 헤어지면 위자료도 없고 어려운 생활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아 참고 참다가 터졌다. 리디아는 말할 상대가 없어 제일 힘들고, 조금 비축한 돈으로 지금 사는 것에는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 아직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어 구직 광고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남자 친구는 우리 가게에 맡겨 논 세탁물을 찾아가지 않는다. 싸우면서 계속 가지고 와서는 찾아가지 않으니 비좁은 가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리디아가 힘없이 가게에 왔다. 남자 친구가 길가에 쓰러져 병원으로 호송하면서 경찰이 연락이 왔다고 한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 수술 받은 이력이 있고 거기에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쓰러진 것이다. 그러면 누가 남자친구 병간호를 해야 하나.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재산에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또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그리고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를 가진 것이 좋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부족함이다. 재산.외모.명예.체력.언변이 완벽하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부족함을 딛고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의 스트레스와 부족함은 먼 훗날 최고의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인생낙원은 가까운 곳에 있다. 다름 아닌 내가 고민하고 다투며 화내며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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