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부자유친(父子有親)의 어려움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참 어렵습니다. 보통은 자식을 키우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주로 화제에도 자식에 관한 문제가 나옵니다. 실제로도 자식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가끔은 평생 아무 문제도 없이 자라는 아이도 있습니다. 특이한 일이고, 부러운 일이지요. 저는 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런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속 한 번 썩이지 않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부모들을 만나보면 예전의 안 좋았던 기억을 그야말로 싹 잊어버렸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는 주로 자식이 속 썩였던 일은 잊어버립니다.

한편 부모를 모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모를 모시는 일도 어려운 일입니다. 자식은 내 자식이니 절대로 버릴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부모의 문제가 닥치면 입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못된 부모, 못난 부모, 이상한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쩌면 자식의 문제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 부모의 문제일 겁니다. 주변에 부모에게 원망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렇듯 부모에게 원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을 달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와 인연을 끊고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 중 많은 경우는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다른 형제만 예뻐하고 다른 형제에게만 기회를 더 주었을 때 그 괴로움은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부모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겠으나 자식은 그런 부모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는 나를 방치하거나 버린 부모의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열심히 부모가 노력했는데도 집안이 어려웠다면 자식도 부모를 더 애틋하게 생각했겠으나 부모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자식을 돌보지 않은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할까요? 나를 차별하고, 학대한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할까요?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자성어에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부모와 자식은 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는 자애(慈愛)로 아이를 돌보고 자식은 효로 부모를 섬겨야 하는 거죠. 서로 사랑하고, 화목하고 아껴주는 관계가 부모 자식 간인 겁니다. 오륜(五倫)의 하나로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이 되는 말입니다. 부모 자식의 문제가 스승과 제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임금과 백성의 문제로 나아가게 됩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어려운 사람은 다른 인간관계를 잘 하기가 어렵습니다.



친(親)이라는 말은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닮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자유친은 그래서 서로가 닮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닮은 사람끼리는 친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서로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에 무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생각해 보면 자식의 문제가 어찌 모두 부모의 문제겠습니까? 스스로 만들어 낸 문제도 많을 겁니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가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부모는 자식을 자애로 대해야 하는 겁니다. 서로 닮았기 때문에, 나를 통해 이 세상에 나온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부모에 대한 문제도 답은 명확합니다. 효로써 부모를 모셔야 하는 겁니다. 부모가 나에게 해 준 것이 없고, 때로 오히려 나를 고통스럽게 하였지만 나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해 주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나의 부모를 닮은 사람입니다. 부모 자식 사이는 서로 평가하고, 만족하고 하는 관계는 아닙니다. 오늘은 부자유친을 곱씹어 생각해 봅니다. 참 어렵습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