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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꼴값 나잇값 어른값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예전에는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국적도 안 물어보고 차이니스 인형 같다고 했다. 요즘은 캐비지 패치 키즈(Cabbage Patch Kids)만 안 닮았다고 해도 천만 다행이다. 우리식으로 '다리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아니라 '황새가 물고 온 아이를 양배추밭에서 입양했다'는 정감있는 캐릭터로 등장한 이 못난 아이는 인형은 예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못난 놈은 꼴값 떨고 잘난 놈은 인물값을 하기 마련이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보기에 그럴싸해도 입에 넣어보면 정말 맛 없고 쉰 떡도 더러있다. 꼴값은 '얼굴값'의 속어다. '얼굴 보고 이름 짓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해도 얼굴값에 해당하는 예와 격에 안 맞는 행동으로 꼴값 떠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람의 형상은 변한다. 유전적인 속성이 변화되지 않는다해도 사회적 환경적인 요인과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믿는 것 만큼 변화되고 실제로 나타난다.

'주홍 글씨'로 유명한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은 "이 골짜기에 바위 얼굴을 닮은 운명의 아기가 태어난다"는 인디언들의 구전을 바탕으로 쓰여진 단편이다. 어린 소년 어니스트가 그토록 간절히 만나고 싶어했던 장엄하고도 인자한 모습을 지닌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은 바로 어니스트 자신이였다.



나이 들어 요즘 열심히 하는 짓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는 일이다. 모방하려는게 아니라 눈에 거슬리는 짓거리들을 안 하기 위해서다. 노인만의 특유한 행동이나 언어, 고집불통과 편견 등으로 나이 든 티를 안 내기 위해서다. 사실 나이들어 나잇값 안 하고 사는 것도 힘든 일이다. 나이 든 티내면 지겹다고 안 끼워주고 젊은 체 하면 경망스럽고 촐싹댄다고 흉잡히기 쉽상이다. '철들면 죽는다'는데 나는 죽어도 철이 안 들 사람이다.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산다"는 식으로 직진하지만 나잇값은 안 해도 어른값은 하며 살려고 애쓴다.

어른은 다 자란 사람,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한 집안이나 집단에서 나이와 경륜이 많아 존경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른'은 '얼운'이 변한 것으로 '얼운'은 '얼우다'라는 동사 어간 '얼우'에 접미사 'ㄴ'이 결합돼 '얼우는 행위를 한 사람' 즉 남녀가 짝을 이루는 행위를 한 '결혼한 사람'이란 뜻을 담고있다. 어른은 확립된 자아를 가지고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하는 성숙한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어느 단체이던 어른은 필요하다.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하고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사회나 교회, 단체는 망나니들이 설쳐 질서와 화해, 단합을 붕괴시킨다. 미주 한인사회에 번지는 세대간의 갈등과 분열은 어른 공경에 대한 무지와 어른 품절이 빚은 현상이다. 아비 없는 자식 없듯 어른 없는 사회는 패망의 길로 간다.

어른은 고통을 참고 인내심으로 생을 숙고한다.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으며 무시 당해도 화내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알지만 잘못이 있다면 머리숙여 사과하고 끝까지 책임질 줄 안다. 감성에 휩쓸리지 않고 사태를 바로 보고자 애쓰고 자신의 감정을 지혜롭게 전달한다. 사람에 대한 예의는 지극하되 인물에 대한 판단은 냉정하다.

나이 많다고 어른이 되지 않는다. 어른답게 행동할 때 어른이 된다. 큰 바위 얼굴을 사모하던 아이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어른이 되고 못난이 인형이 사랑 받는 세상에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큰 어른의 참모습을 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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