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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어른에게 밥이 보약이다 <2>

김도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얼마전 본란을 통해 언급한 장인 어른의 그 후 병과 치료 이야기다. 사실 구십을 앞둔 어른을 괴롭히던 병 하나가 좀 나아졌다고 원래의 건강체계로 쉽게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너진 면역력과 불충분한 영양섭취 등으로 인한 허약을 기회로 병들은 끊임없이 환자들을 공격해온다. 어른의 경우 통풍을 시작으로 척추 뼈마디 염증에 이어 어깨뼈.고관절 등 뼈관련 질환이 찾아왔고 최근에는 이상 맥박과 혈압으로 응급실 입원까지 했다. 아무튼 이들 뼈관련 질병들과의 전쟁이 한 고비를 넘기고 한숨 돌리나 싶을 때 이번에는 발등과 발목에 부종이 찾아왔다. 처음은 오랜 병 치료로 인한 신체의 허약과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정도로 여기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부은 정도가 점점 심해졌고 이제는 손목에 까지 전이되면서 걷는것과 자고 일어나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되어갔다.

원인을 놓고 의사들은 심장이나 신장계통의 기능 저하를 꼽았다. 인터넷에서도 하지 동정맥 폐쇄가 부종을 유발하거나 혈압계통의 약물이 원인을 제공한다고 쓰여있었다. 그러나 어른의 혈압은 정상인데다 당뇨나 콜레스테롤도 없었고, 심장 및 신장 전문의 또한 특별한 이상이 없다며 이뇨제 처방을 통해 몸속의 수분을 배출해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이뇨제 복용은 금방 중단해야 했다. 수분과 함께 어른의 건강을 지탱해주던 몸속의 중요 미네랄 성분까지 배출시키면서 이제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력마져 앗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간절한 환자와 가족의 기도가 통했는지 우연히 신문에 실린 심혈관 질환 전문의 닥터 박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처음 병실을 찾았을 때 그는 하지 전체의 혈관 구석구석을 초음파 촬영했다. 그리고 하지정맥 어딘가에 이상이 있어 피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며 혈관조형술을 통해 막힌 부위를 찾아 치료를 하자며 2차 진료시간을 예약해 주었다.

혈관조형술(Venogram 또는 Venography)이란 대개 심장에 이상이 있거나 머리로 흐르는 경동맥이 막혔을 경우를 상정한 치료법으로, 대퇴부의 혈관을 2mm 정도 절개한 뒤 조영제를 투입하고 X선이 밝히는 혈로를 따라 카테터를 삽입해 막힌부위를 뚫는 시술로 어른 또한 한번 경험했다. 다행히도 심장으로 흐르는 동맥계통의 어느 부위에도 막힌 곳이 없어 그대로 봉합 하였지만 불필요한 시술로 인해 상당한 양의 출혈과 혈전위험 등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가족들은 고령의 어른 몸에 조영제 투입으로 인한 부작용과 X선과 과다 투사를 염려해 닥터 박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고 주치의도 이에 동의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예약은 취소되고 다른 방법으로 진료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닥터 박은 달랐다. 예약취소를 통보받은 그는 직접 가족에게 전화해 "아버님 병을 저대로 두고 볼 셈이냐? 주치의가 어느 분이냐?"며 가족은 물론 주치의를 설득하고 회유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2차 시술이 시행됐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의사들의 숙달된 손놀림으로 카테터를 통해 막힌 부위가 뚫어졌고 풍선확장으로 넓혀진 혈관속에 스텐트라는 철망을 영구 삽입하고나니 하지를 오래동안 막고있던 피들이 봇물처럼 흘러드는 모양이 화면가득 비춰지는것이 아닌가.

수술 뒤 어른의 발목과 손목의 붓기는 거짓말처럼 빠졌고 일주일 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어른의 손에는 감사카드와 함께 케익상자가 들려져 있었다. 환자나 가족에게 가장 큰 기도제목이나 소원이 있다면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일게다. 우리가족이 닥터 박에게 감사하는 한 이유는 그의 뛰어난 의술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철저한 의사 본연의 직업의식이다. 우리 사회에 그처럼 성실하고 소명감있는 의사들이 많이 있는 한 어른들의 말년은 좀 더 평안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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