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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홀로 남겨진 한국이 할일

이길주 / 버겐커뮤니티칼리지 역사학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다. 일본에서 2박3일, 한국에서 1박2일을 머문다. 이 일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인상을 주고 있다. 거꾸로 표현하면 일본 프리미엄이다. 미일 동맹이 한미 동맹에 비해 그 중요성에 있어 한 수 위임이 확인됐다는 관측이다. 한반도 문제가 주변 열강에 의해 결정되는 코리아 패싱과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가 합쳐져 홀로 남겨진 한국, 즉 'Home Alone Korea' 공포마저 유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한국 일정은 빡빡한 대신 일본 일정은 느슨하다는 아전인수나, 특정 행사의 의미를 부풀리는 따위의 허풍 외교는 금물이다. 지금 한국은 현실을 똑바로 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에게 일본과 한국의 역할과 가치는 다르다. 세 개 요소가 미일 동맹에 프리미엄을 얹는다. 첫째, 지정학적 관점에서 일본열도는 방어벽 또는 전진기지로서 완전하다. 북의 오호츠크해에서 거의 남중국해에까지 펼쳐 있다. 미국의 군사 전략은 해공격륙(海空擊陸: 바다와 섬에서 일어난 공군력이 땅을 친다)이다. 천혜의 해군기지들을 제공하는 일본열도는 이 전략을 활용하는데 절대 필요한 자산이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반쪽이다. 아시아의 큰 싸움에서 한반도는 치열한 격전의 땅은 될지언정 결전의 장은 아니다. 여기서 승부가 갈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일본과 달리 총력을 쏟아부을 곳이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이 애치슨 라인의 진정한 의미이다. 아시아 태평양에서 남진하는 대륙 공산세력과의 일전을 피할 수 없다는 가정 아래 미국에게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가치는 같을 수 없음을 확인해준 라인이었다.



일본이 미국에 매력인 두 번째 이유는 일본의 보수성이다. 일본의 여야는 이란성 쌍둥이다.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의 폭과 깊이에 관한 이견은 있지만 미일 동맹에 국운이 달려 있다는 인식의 뿌리는 같다. 특히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필요에 따라 거리감을 조절한다는 균형외교의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방에 있어서 일본에는 여야가 없음을 미국은 든든해한다.

한국은 다르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국방문제, 대북정책, 한중관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성격에 따라 외교, 국방 정책의 근본이 뒤바뀌는 상황이 미국에게 미덥지 않다. 반미(反美) 좀 하면 어떠냐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미국 대통령과 같이 손잡고 기도를 하는 대통령도 있다.

세 번째 요소는 군사력이다. 일본은 잠자는 호랑이가 아니라 잠자는 척하는 호랑이이다.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의 분석이 정확하다. 일본은 공군, 해군력에 있어 그 어느 나라와도 맞짱을 뜰 수 있는 나라(Pilot for pilot, ship for ship, Japan can stand toe to toe with anybody)이다. 일본은 천문학적 재정이 요구되는 하드웨어는 미국에 의존하고 방위력의 소프트웨어 쪽에 치중해 왔다. 미국과 힘을 합치면 일본은 포효하는 호랑이다. 일본 수상 아베 신조의 일본몽(日本夢)이고 트럼프의 중미 양강 구도에 대비한 판짜기의 핵심이다.

코리아 패싱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기우만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근본적으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에게 악성종양만 깨끗이 도려내는 것과 같은 군사적 옵션은 없다. 지금의 전략자산 과시는 고육지책일 따름이다. 군사 공격에 대한 미 국민과 우방들의 입장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북한에게도 국제 사회의 제재의 파급효과가 1, 2년 후면 치통(齒痛) 처럼 주민들의 일상에 고통을 줄 것이다. 죽지는 않아도 죽을 맛까지는 간다.

이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은 '모두스 비벤디 (Modus Vivendi)'를 도출해 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부는 2년(중간선거)마다, 대통령은 4년마다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정부가 전임자의 정책을 폐기한 기록으로 선거에 임하기엔 초라하다. 긴장감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핵무기에 대한 북한과 미국과의 이해가 형성된다면 그 후 상황은 예측이 어렵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전통적 우방, 최대의 교역상대로 남을 것이다. 평양과 워싱턴은 조심스럽게 비정상을 정상적 관계로 바꾸어 갈 것이다. 일본에게서는 과거 식민사 청산을 통해 거금의 통치자금을 확보할 것이다. 현 체제가 공고해 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상황에서 남북사이의 긴장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북한은 한국과의 근본적 관계 변화 없이도 체제를 유지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 하나쯤 있어야 내부 결속에 도움이 된다.

홀로 집에 남겨질 가능성이 있는 한국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북한에게 휴전선 북쪽의 일은 휴전선 남쪽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는 예속성이 있다. 중국은 이유 없이 돈쓰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오랜 세월이 요구된다. 미국인들의 북한체제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거부감은 깊다. 1965년 한일 관계 정상화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에서 보았듯 일본은 지갑을 열기도 어렵지만 차후 막무가내식 생색내기가 한민족의 정서를 심하게 거슬린다.

금융권 표현으로 북한이 중미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급전(急錢)'이다. 반면 한국과의 긴장완화는 제로 금리 장기 개발 자금이다. 흔한 말로 구멍가게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전자의 한계와 후자의 가능성을 안다. 이 메시지를 확실히 하기위해 한국은 국론을 세우고 역량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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