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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꿈과의 유희

정명숙 / 시인

인간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어렸을 적부터 꿈을 많이 꾸어왔고 꿈은 항상 내 삶의 연장이었다. 현실세계에서의 불가능이 꿈속에서는 가능했다. 꿈속에서는 경계가 없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었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갈 수가 있었다.

그 당시 삼촌이 자주 보여준 '라이프' 매거진에 나오는 세상은 나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욕심이 많았던 나는 나의 꿈 이야기를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고, 보물단지 모시듯 혼자 되삭임질하며 은밀하게 즐겼다. 평론가 신형철이 '느낌의 공동체' 에서 언급했듯이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를 갈망하며…" 가끔 참기 힘든 황홀감을 누군가에게 터뜨리면 "Are you okay?"하곤 해서 언제부터인가는 아예 혼자 껴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꿈속에서는 현실세계에서 지켜야하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틀대는 욕망과 직관에 의해 움직이는 강력한 기운이 영혼에서 솟아남을 느낀다. 신기하게도 나의 꿈은 연속성이 있다. 어제 끝을 못 본 꿈은 오늘 또 내일로 계속되기도 한다. 예술가들은 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그 영감이 꿈에서 무르익어 결실을 볼 수도 있다. 삶의 민낯으로는 힘든 감정의 표출이 꿈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는 용납이 되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Carl Jung은 "무의식이 대양이라면 의식은 그 위에 떠있는 작은 섬이다"라고 말했다. 무의식은 꿈을 통해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예술은 낮에 꾸는 꿈이고 무의식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작업이다. 꿈에 나타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심리학은 마음의 구조와 기능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마음의 가장 중심부에 '자기(self)'라고 하는 인간정신의 가장 고유한 기능이 있고, 이 기능이 인간정신을 관장하며 집단 무의식의 핵심으로 인류의 경험이 쌓이게 된다. 마음의 집단적 무의식 층에서 아니마 (남성안의 여성성)와 아니무스 (여성안의 남성성)가 형성되며 아니마는 감정과 관계의 기능을 띠고 아니무스는 사고.판단.논리.의견 등의 남성성을 띤다. 그 다음 층은 개인적인 무의식과 콤플렉스들로 의식의 그림자를 만들고 자아의 열등한 부분의 기능이다. 이 그림자가 투사되면 감정적인 적대감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가장 겉에 나타나는 의식 층에 자아 즉 '나'가 나타난다. 이렇게 '나'라는 의식 속에는 콤플렉스와 그림자, 집단적, 개인적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니체는 그의 '디오니스적 세계관' 과 '그리스 비극 시대의 철학' 그리고 '비극의 탄생'에서 그리스인들이 인식적 인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느끼고 살고자 한 사람들이었음을 주목한다. 또한 그는 그들이 놀랍게도 학문을 예술의 눈으로 그리고 예술을 삶의 눈으로 보았음을 높이 산다. 니체는 그리스에서 모든 조형예술의 전제조건을 바로 꿈이 제공한 아름다운 가상세계에서 찾는다. 아폴로적 예술이 꿈을 통한 세계변형을 이루었다면 이제 디오니소스적예술은 도취를 통한 인간변형을 수반한다. 니체는 예술적 충동의 한 형식인 꿈에서 자연모방이 이루어지고 이 꿈과의 유희를 인간예술의 모방으로 본다. 꿈은 예술가의 원형이고 이 꿈의 모방물이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또한 아름다운 가상세계는 현실세계를 은폐시켜서는 안 되며 꿈에 사로잡히지 말고 이 꿈과 유희하는 작업이 예술가의 몫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니체는 아폴로적 예술에서 꿈과의 유희를 중시했듯이 디오니소스적 예술에서도 도취나 황홀 자체가 아니라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넘어 그 느낌자체가 마법에 걸린 듯 이 공감이 온몸에 확장되어 바로 인간자체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한다고 한다.

꿈은 무의식의 대양에서 퍼 올린 싱싱한 활어이고 예술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빌딩블럭이다. 이 밤도 나는 행복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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