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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아우슈비츠의 성자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LA중앙일보] 발행 2018/09/11 종교 26면 기사입력 2018/09/10 18:44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 굶어 죽어가는 절망적인 사람들, 그러나 살아있는 한 인간은 언제나 희망을 가질 수 있기에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던 그들. 어느 날 그들 중 한 명이 수용소를 탈출했고 대신 열 명이 아사형(餓死刑)을 받게 되었을 때, 수감된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죽도록 뽑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처자식도 만날 수 없게 된다. 수용소 소장이 오랜 시간을 끌면서 마침내 열 명을 뽑았다. 남은 사람들은 부끄럽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들이 안 뽑혔기에, 이번에는 피할 수 있었기에 말이다.

그때 느닷없이 죄수 한 명이 대열에서 빠져 나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수용소 소장은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도대체 이 폴란드 돼지가 뭘 원하는 거야?"하고 소리 질렀다. "저는 이 사람들 가운데서 한 사람을 대신하여 죽고 싶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 누구도 기대조차 못한 일이었으니까. 이 순간부터 장교는 압도되었다. 그는 이처럼 위대한 영혼 앞에 서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 위대한 인격 앞에 저항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래, 도대체 누구 대신 죽고 싶은가?" "저기 있는 하사관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고 울고 있는 저 한 가정의 아버지를 위해서요." 이렇게 해서 그 죄수는 끌려갔다. 그 죄수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아우슈비츠의 성자'로 불렸던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신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죽어나갔다. 어린 아들과 함께 수용소에 잡혀간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아주 약했다. 수용소에서는 병약한 사람부터 먼저 죽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매일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다. 아이가 허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던 것이다. 감시원이 아이를 끌고 가자 아이는 울며 발버둥쳤다. 그때 어머니가 나섰다. "얘야, 울지 마라. 엄마가 같이 갈게"하며 아들을 품에 안고 함께 가스실로 들어갔다. 자식이 홀로 죽으러 가는 모습을 엄마는 차마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어머니보다도 우리를 더 사랑하신다.

우리가 죄 때문에 죽는 것을 보실 수 없었던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제 몸에서 난 아기를 어찌 가엾이 여기지 않으랴?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해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보라, 나는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다."(이사 49,16-17)

인간이 만들어 놓은 생지옥 아우슈비츠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거했던 콜베 신부! 그분은 절망과 체념, 분노와 증오의 에너지가 가득했던 죽음의 수용소에서 '희생과 사랑이 인간의 본성임'을 온몸으로 드러내셨기에 그분을 아우슈비츠의 성자라 부른다. 한 사람 한 사람 죽어가는 고통의 시간, 인간이 세운 가장 사악한 그곳을 사랑과 용서와 기도로 정복하셨기에.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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