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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치과에 다녀와서

나이가 들어가니 병원에 갈 일이 자주 생긴다. 친구들도 만나면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단골 주제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기계라도 세월이 흐르면 고장이 나듯이 사람의 몸도 나이기 드니 여기저기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젊어서는 건강한 편이어서 병원에 다닌 기억이 별로 없지만 치과에는 여러 번 갔었다. 치과에 가는 것이 그렇게 두려울 수가 없었다. "드드드" 온몸에 전기가 흐르듯 떨리던 것이 아주 두려웠다. 나는 이가 몹시 부실했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열심히 치과에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치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으로부터 "이 연세에 관리를 참 잘하셨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치료와 땜질을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음식을 잘 씹어먹고 별 탈 없이 사는 것을 보면 치과와 친하게 지냈던 내 부지런함에 자부심을 느낀다.

나와 다르게 남편은 참 보기 좋고 튼튼한 이를 타고났다. 참 부럽다고 했더니 "당신은 잘 살아서 단것을 많이 먹어 이가 안 좋았고, 나는 가난해서 그런 것 못 먹고 살아서 이가 튼튼하다"고 놀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남편이 78세에 처음으로 이를 한 개 뺐다. 의사 선생이 X-레이를 보며 이를 빼야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결국 이를 뽑고 솜뭉치를 물고 왔다. 80이 넘은 오빠가 별일 없느냐고 주신 전화에 "오빠, 정 서방이 오늘 처음으로 이를 한 개 뺐어요" 하니 "야! 야! 나는 그 나이에 이가 한 개밖에 안 남았었어" 하셔서 둘이 막 웃었다. 오래 전부터 틀니를 하시고도 잘 잡숫고 즐겁게 웃으며 사시는 분이다.



어렸을 때 이웃에 사는 할머니는 이가 4개밖에 없었다. 그것으로 식사를 하는 게 우습고 신기하게 보였다. 치과 기술이 발달해 이젠 없는 이도 새로 만들어 넣어 내 이처럼 편히 먹게 됐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옛날에 살았으면 그때 그 할머니처럼 살았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이구' 소리가 난다. 남편과 몇 번은 함께 치과에 가야할 것 같다.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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