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디지털 공감] Can you speak English?

스위스에 있는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연구소는 도시에서 다소 떨어진 프랑스와 이탈리아 접경 지역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었다. 높은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외부인이 극히 적었고 프랑스어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 거의 유일한 동양인 가족으로 살아가면서 생긴 어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의사소통이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는 우리는 간단한 식료품을 구입하는 일에도 몸짓을 동원해야 했고, 딸 아이가 감기라도 걸리게 되면 영어를 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 한 시간 이상을 운전해 병원을 찾아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그 사람이 영어를 할 줄 아는지 확인해야 했다.

어느 날 영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자동차의 주행 방향이 반대인 낯선 환경이 익숙하지 않았는지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타고 가야할 버스의 방향을 확신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찾은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요량으로 버스 운전사에게 물었다.



"Can you speak English?"

이방인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 영어의 본 고장인 영국의 현지 사람에게 영어를 말할 줄 아는지 묻다니….

그 버스 운전사의 황당하다는 얼굴 표정과 함께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부끄러운 기억이 되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느냐는 질문은 오히려 버스 운전사가 나에게 묻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혹시 비슷한 행동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하나님께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도할 때 성경을 인용해서 하나님께 읽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님을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이상주의자 정도로 취급하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꼼수들을 훈수하려는 태도를 취할 때가 많지 않은가.

지혜로 우주를 창조하고 운영하는 하나님 앞에서 현실의 어려움을 모른다고 불평하고,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하나님께 나가 원하는 것을 잘 모른다는 불만을 갖는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황당할까.

그럼에도, 당신과 함께 변론의 자리로 우리를 초대하는 하나님은 얼마나 놀라우신 분인가. 이제 그 하나님께 겸손함으로 나아가 그의 지혜를 듣기를 힘쓰자.

www.fb.com/theegital


김사무엘 박사/ 데이터과학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