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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꿈은 살아있다

밤새 쓴 소설이 10권은 될 텐데 아침에 깨어보니 온데간데 없다. 꿈이 써준 단막극들은 서로 뜻이 달라 이야기 거리로 엮이지 않나 보다.

발 아래가 까마득한데 딛고 있는 자리가 흔들흔들 하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바닥에 닿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다. 전차를 타야겠는데 주머니마다 뒤져도 전차표를 찾지 못하는 꿈, 졸업식장으로 가긴 해도 학점이 모자라 졸업장을 못 받을까 걱정하는 꿈, 이따금 꾸는 꿈 조각들이다.

찬란한 금빛 햇살이 눈이 부시게 한다. 누워서 그런 기억이 언제였나 되살려 보려 한참을 애쓴다. 마포 전차 종점에서 나루터까지는 걸어서 10분쯤의 거리다. 아현동 학교 매점에서 대영빵 한 개씩을 가방에 쑤셔 넣고 마포 종점에 내린다.

짝꿍이 제안한 일이다. 나루터에 이르러 강을 바라보자 깜짝 놀란다. 저녁노을의 금빛 햇살이 강줄기를 타고 달려와 눈에 든다. 황홀하다 못해 가슴까지 뛴다. 이런 자연 풍경이 서울에 있을 줄이야. 그 감격이 6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무엇인가 일깨워 주려는가 싶다. 감격을 안겨준 짝꿍을 잊고 지낸 지도 참 오래다.



세월은 읊으면 늙어지는 증거요 꿈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라지만 어이 꿈 없는 세월과 같이 하랴. 살아온 역사 보따리를 풀어 젊은이들의 꿈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 그들이 비록 낡은 역사에 투정을 한다 해도 우리도 그러했을 터이니 곱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심리학자들은 꿈을 철학적, 학술적으로 풀지만 그저 길몽이라 해석 내리며 마음 편히 지내고 싶다.

신을 찾아 다닌다고 착해지지 않는다. 베풀 줄 알고 정의롭고, 겸손하게 웃음 지을 줄 알면 신이 찾아온다고 한다. 살아있는 꿈이 꿈이겠다.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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