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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땅 속의 거대한 비밀’ 청동기 시대부터 물· 건강 지켜온 하수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6 14:01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나오는 바로 그 하수도에 와 있는 기분이에요”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서울광장 지하 배수로 모형을 보고 있다.

올여름 정말 더웠죠.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1년 만의 더위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더위에 어떻게 맞섰나요? 바다로 떠나기? 하루 두 번 샤워하기? 가장 먼저 찾은 건 시원한 물 아닐까요. 땀에 젖은 몸을 씻는 데도 물이 필요하죠. 쓰고난 물은 어디로 갈까요? 물이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는지 알고 나면 하수도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거예요. 이윤재 중랑물재생센터 서울하수도과학관 학예연구사도 “한 번 더러워진 물이 깨끗해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알고 나면 물을 사용하는 자세부터 변하겠죠”라고 조언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들이 하수 처리 방법을 공부하고 땅 속에 있는 재이용수 처리 시설을 밟았습니다. 요점은 ‘가까운 곳에 물의 여행길이 있다’예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강민혜 기자, 동행취재=김신희(용인 독정초 5) 학생모델·유용민(서울 세륜초 4) 학생기자, 도움말=이윤재 서울하수도과학관 학예연구사·김태경 중랑운영컨소시엄 차장·이현재 중랑운영컨소시엄 과장·박민아 청계천박물관 학예연구사

STEP1. 하수시설과 친해지기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하수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서울하수도박물관을 찾았다.

‘하수도’ 하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냄새난다’며 코를 움켜쥐거나 ‘더러운 곳’이라고 손가락질할 친구들도 있을 테죠. 유용민 학생기자는 “전 하수도를 정말 더럽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취재를 준비하면서 학급 친구들에게 물었는데 저처럼 여기더군요. ‘더럽다’는 답변이 99%였습니다”라고 말했죠. 용민 학생기자는 그 이유로 “쓰레기·배설물이 지나가는 길이어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신희 학생모델도 “설거지를 한 물이나 다 쓴 목욕물이 흘러가는 곳도 하수구죠”라며 “반 친구들에게 물으니 ‘비위생적’이라고 답하더군요. 하수도는 오수를 한꺼번에 모아 흘려보내는 곳이니 악취도 있고, 오염물질도 많아 지저분할 거예요”라고 말했죠.


제1처리장 생물막여과조.

많은 친구들이 하수시설이 필요하다는 건 어렴풋하게 알고 있지만 더럽게만 느끼죠. 하수시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 감을 못 잡을지도 모르죠. 하수는 더러운 물이나 빗물, 생활하수·축산폐수·산업폐수 등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에요. 하수처리장으로 보낸 후 처리해 자연으로 방류하죠. 이 중에서도 생활하수는 보통 가정의 화장실·욕실·부엌에서 생긴 각종 오염물질이 물에 섞여 버려진 거예요. 사람이 주원인입니다. 빗물은 대기 중 수증기가 응결한 후 중력 때문에 바닥으로 내려온 거죠. 구름에서 만들어진 물방울은 깨끗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공기 중의 오염물질 등과 만나기 때문에 하수가 됩니다.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제1처리장에서 김태경 중랑운영컨소시엄 차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하수시설이 생긴 건 오래 전이랍니다. 국내에선 청동기시대 이후부터 하수도 유적이 발견되고 있죠. 기원전 1000년 시점이죠. 조상들도 하수시설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던 거예요. 서울하수도박물관에 들어선 학생기자들은 우리나라 최초 하수시설로 알려진, 울주 교동리 456호 유적 배수시설을 보고 말했어요. “이렇게 오래 전부터 배수시설이 있었다고요? 그냥 바닥을 얕게 판 정도로 보여요.” 김신희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유용민 학생기자도 “오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기능을 했다니 너무 신기해요”라고 놀랐죠. 학생기자들의 말을 들은 이 학예연구사가 설명했어요. “청동기시대 한반도 동쪽, 남쪽 바닷가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는 ‘울산식 주거지’예요. 움집 형태 집터는 네모꼴이에요.” ‘네모꼴이 어쨌다는 거죠?’ 하는 눈빛으로 두 학생기자가 학예사를 바라봤어요. “바닥에 벽을 따라 네모 형태로 도랑을 팠다는 게 의미 있는 거죠. 낮은 쪽 바닥에 배수를 위한 터널을 만들어요. 집터 안에 배수시설이 있던 거죠.”

“아잇, 저건 뭐예요!” 대형 화장실을 본 유용민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우와! 삼국시대 그 백제요? 백제에 공중화장실이 있었다고요?” 김신희 학생모델이 얼른 가리킨 곳엔 가운데가 길고 얇게 파인 양 옆으로 물길이 뻗어나간 흔적이 하나 있었어요. “이건 익산 왕궁리 유적이에요. 대형화장실이었고요. 이런 구조의 화장실 터가 나란히 세 개 발견됐죠. 깊이는 3m나 돼요.” 이 학예연구사의 말에 김신희 학생모델이 손을 번쩍 들었어요. “무척 깊으니 저 위에 나무판자 같은 걸 두고 사람이 직접 쓰거나 아니면 그냥 통에 담은 오물을 버리는 곳으로 썼을 수도 있을 거예요.” 이 학예연구사가 답했어요. “오, 정확히 맞췄어요. 이곳에서 도자기 파편도 발견돼 후자에 무게가 더 쏠리긴 하죠.”

STEP2. 우리 발밑에 있는 하수도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서울하수도박물관 안에 있는 근대 배수로 모형을 보고 있다.

유용민 학생기자는 인상 깊게 본 영화를 떠올렸어요. 물고기가 주인공인 영화 ‘니모를 찾아서’죠. “어항에 갇힌 니모가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변기로 가겠다고 노력하는 장면이 있어요. 변기에 버린 오물들은 결국 바다로 간다는 걸 그때 알았죠. 제가 내보낸 똥이 바다로 갈 거라니 충격이었어요. 오물 양이 어마어마할 텐데 말이죠.” 이 학예연구사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요. 그 물이 돌고 돌아 우리가 먹는 물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더러운 물을 내보내 깨끗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고요. 선조들도 더러운 것을 버리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답니다.”


김신희 학생모델이 근대 배수로 모형 가상 체험을 위해 터치스크린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 해설사가 가리킨 곳엔 1900년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근대 배수로 모형이 가득했어요. 서울시가 지난 2012년 하수도사업을 진행하다가 서울광장·태평로·남대문로·덕수궁 지하에서 발견한 거죠. 이후 명동성당 재개발 공사 중에도 근대 배수로가 발견됐습니다. 2014년에 추가 발견된 태평로 2가 근대 배수로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서양식 하수도가 도입된 시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문화재죠.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 유물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배수로 일부다.

“세상에. 여기 나온 서울광장이 제가 아는 그곳이에요?” “명동성당은요? 명동에 있는 그 명동성당 맞죠?” 김신희 학생모델과 유용민 학생기자가 한마디씩 했어요. 비교적 친숙한 곳에 무려 100년 전에 만든 배수로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였죠. 게다가 모형으로 체험해보니 규모도 크고 시설도 견고했거든요.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나오는 바로 그 하수도에 와 있는 기분이에요.” 김신희 학생모델이 말했죠.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 유물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배수로 일부다. 약 13.9m다.

“맞아요. 생각보다 규모가 크죠. 1910년에 만들어진 서울광장 근대 배수로는 서울시 기념물 제38호로 지정됐는데요. 서울광장을 가로지르는 간선, 지선1, 2로 나뉘었고 청계천으로 흘러요. 남대문로 근대 배수로는 제39호고, 남대문로 9길과 10길 일부에서부터 한국은행 사거리까지의 땅 밑에 있죠. 1900년대에 만들어진 덕수궁 근대 배수로는 사적 제124호로 지정됐어요. 덕수궁 월곡문 북쪽에서 석조전, 중화문 앞마당을 지나 대한문 북쪽 방향으로 흐르다가 시청광장 근대 배수로와 만나 흐른답니다. 하하. 설명이 좀 어렵지만 신기하죠? 태평로 근대 배수로는 서울광장서 남대문까지 세종대로의 일부 구간서 발굴됐어요.”


덕수궁 중화전 앞마당 한켠에 있는 구멍이 뚫린 돌. 하수구로 추정된다.

이 학예연구사의 설명대로, 서울 땅 아래에는 조상들이 만든 지하 하수도가 있죠. 여러분도 그 흔적 일부를 볼 수 있어요. 덕수궁 석조전 정면 기준 우측으로 가면 즉조당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요. 바로 그곳에 작은 돌 배수로 하나가 있죠. 또 덕수궁 중화전 앞마당에는 구멍 9개가 뚫린 돌이 있는데, 하수구 역할을 했다는 설이 전해집니다. 또,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 지하 1층 근대 배수로 유물전시실에는 발굴한 배수로를 그대로 옮겨뒀어요. 한 켠에 놓인 긴 배수로는 돌과 흙으로 견고하게 만들었죠.

덕수궁 석조전 옆에 있는 배수로다.


STEP 3. 하수 처리를 하던 청계천


남대문로 지하 배수로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됐다.

“제가 걷는 그 길 밑에 거대한 하수도가 있던 거예요? 심지어 1900년대에 만든 건데 저렇게 튼튼하다고요?” 체험을 마친 유용민 학생기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죠. “엄마가 그러시는데 어린 시절에 수돗물을 드셨대요. 그건 물이 깨끗했다는 거잖아요. 저런 하수도를 묵혀 두고 못 썼다니 아쉬워요. 만일 계속 사용했다면 지금 우리도 물을 아무 곳에서나 마음 편하게 마실 수 있었을 텐데요.” 용민 학생기자의 거듭된 말에 신희 학생모델도 거들었어요. “만든 배수로 말고도, 그냥 강물에 하수를 흘려보내는 방법도 쓰지 않았나요? 엄마가 그러시는데 청계천도 예전엔 사람들이 물을 배출하는 ‘하수처리’ 역할을 했대요. 지금은 왜 다르죠?”


1910년대 청계천의 모습이다. 생활하수·공장폐수가 흘러들어 악취가 났다.

소중 기자단의 질문에는 청계천박물관 박민아 학예연구사가 답해 왔어요. “일제강점기 청계천의 별명은 ‘도시의 암종’, 제방도로 별명은 ‘살인도로’였죠. ‘청계천’ 한자를 풀면 ‘맑은 계곡’이란 뜻인 걸 생각하면 지독한 아이러니죠. 도시 인구 증가, 산업화 등으로 청계천 물이 급속히 오염됐거든요. 또, 안전장치 없는 제방도로에서 떨어져 죽는 이도 등장했죠.” 박 학예연구사의 설명처럼 청계천은 주변에 방직공장·고무공장·유기공장·염색공장 등 근대적 산업시설들이 생겨나면서부터 날이 갈수록 더러워졌어요. 청계천 인근에 판잣집을 만들어 사는 이들이 내보내는 생활하수에 공장에서 나온 산업폐수까지 더해진 거죠.


청계천 주변에 무허가 판잣집들이 생기며 생활하수 문제가 불거졌다. 또, 염색약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며 폐수까지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청계천박물관에 따르면, 1953년 한국전쟁 직후에 124만 명이던 서울 인구는 이후 1965년 347만 명, 1970년 543만 명으로 늘어났죠.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터전은 턱없이 부족했어요. 결국 서울서 새로 생활하게 된 이들(전국 각 지역에서 서울로 온 시민) 일부는 청계천 근처에 판잣집을 지어 정착했답니다. 기둥을 강바닥에 세운 후 그 위에 집을 지었죠. 집 안에 화장실을 만들기도 어려웠고요. 빨래를 하거나 염색 일에 종사하는 이들도 모여들었죠. 물은 계속 오염됐습니다.


청계천박물관 맞은편에는 과거 청계천에 있던 판잣집을 재현한 시설이 있다.

결국 1958년 청계천을 덮는 ‘복개’ 작업이 시작됩니다. 이후 1977년 청계천이 사라진 자리에 ‘청계로’가 생겼죠. 하지만 청계천을 메우고 세운 다리가 튼튼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보수해야 했어요. 낡았기 때문에 한계에 이르렀고요. 철거할 바에야 땅속의 청계천을 복원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2년여의 공사 끝에 2004년 일반에 공개했죠. 하지만 자연생태 환경과 역사문화 유산 복원에 대한 비판, 한강에서 퍼온 물로 유지되는 인공하천이 지닌 한계 등이 논란거리죠.


STEP4. 쓰고 버린 물 처리 방법


유용민(왼쪽) 학생기자·김신희 학생모델이 제1처리장 초입에 있는 일차처리시설 앞에 서 있다.

생활하수 등으로 오염된 개천을 도로로 만들고, 다시 개천으로 만들었다니! 학생기자들은 입을 쩍 벌렸습니다. “청계천도 결국 완전히 옛것으로 돌아가진 못한 거군요. 오염된 걸 원래대로 만들기 위해선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김신희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서울하수도과학관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 생활하며 쓰는 물의 양은 ▲세수 19.8ℓ ▲변기 4.5ℓ ▲목욕 28.8ℓ ▲세탁 36ℓ예요. 원래 자연은 스스로 더러워진 물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오물 배출량도 늘어나 자연 스스로 깨끗하게 만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식용유 500㎖를 사용했다면 깨끗한 물 1만3500ℓ가 있어야 더러운 물을 다시 깨끗하게 만들 수 있죠. 우유 200㎖에는 7500ℓ, 된장찌개 150㎖에는 1680ℓ, 라면 국물 150㎖에 564ℓ가 필요합니다. “흐엑! 말도 안 돼요.” 용민 학생기자가 소리를 질렀어요.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정화되는 물을 보고 있다.

공장·가정 등에서 내보내는 하수는 물에 녹는 용해성 물질을 갖고 있어서 그냥 바다 등으로 보내면 생태계를 파괴한답니다. 이 때문에 인위적으로 하수를 깨끗하게 만들죠. 인간이 어떤 방법을 궁리해 냈는지 이 학예연구사에게 들어 봤습니다.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물리적 방법은 하수에 있는 부유물질을 일종의 거름망으로 없애는 거예요. 여러분이 과학 시간에 한 번쯤 숯·자갈·모래로 만들어 봤을 법한 여과기 역할을 하는 거죠. 일정 크기 이상의 딱딱한 물질을 먼저 없앤다고 생각하면 쉽겠죠. 다음은 생물학적 방법이에요. 미생물을 이용해서 하수에 있는 오염물을 제거하죠. 마지막 화학적 방법은 화학약품을 사용해 불순물을 확실하게 없애는 거예요.” 이때 “중요한 건 생물학적 방법 단계"라며 김태경 중랑운영컨소시엄 차장·이현재 과장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미생물은 오염물질을 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수 처리에선 좋은 친구예요.”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서울하수도과학관 전시실의 하수도 모형을 보고 있다.

“여기는 ‘재이용수 처리 시설’이에요. 친구들 옆에 있는 수조는 시설의 일부예요. 나머지 부분은 지하에 묻혀 있고,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이 수조만 위로 나와 있는 거예요.” 김태경 차장의 설명을 들으며 수조를 보고 나니 호기심이 폭발했어요. “처리된 물은 강으로 가는 거죠?” “우리 아빠가 하수처리 시설은 굉장히 중요한 곳이라고 하셨어요.” 용민 학생기자와 신희 학생모델이 계속 질문하자 놀라운 기회가 생겼죠. “직접 보러 갈래요?” 김 차장의 말에 두 사람은 소리를 질렀어요. “너무 신나요!”


김태경 중랑운영컨소시엄 차장이 유용민(왼쪽) 학생기자·김신희 학생모델에게 하수 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있는 곳은 서울하수도박물관 지하에 있는 중랑물재생센터 제1처리장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방문한 곳은 서울하수도과학관 지하에 위치한 중랑물재생센터 현대화시설 제1처리장이에요. 중랑물재생센터는 하루 물 159만 톤을 처리하죠. 1처리장 25만 톤, 2처리장 46만 톤, 3처리장 78만 톤, 4처리장 10만 톤이 정화됩니다. “처리장은 굉장히 습하고 냄새가 납니다. 혼자 오래 있을 경우 질식사의 위험도 있죠. 두 명 이상이 들어가야 한답니다. 일반에는 공개할 수 없는 시설이지만 오늘만 소중 학생기자단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가보기로 해요.” 김 차장의 신신당부를 듣고 난 후 긴장된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어요. 이날 학생기자단은 전문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10여 분 머물렀죠. “생각보다 냄새가 안 나요. 물론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냄새이긴 한데요. 지독한 똥 냄새가 나는 건 아니네요!” 용민 학생기자가 힘차게 말했어요.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김태경 중랑운영컨소시엄 차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제1처리장 초입에 있는 일차처리시설이다.

철문을 열자 소음을 내는 기계들이 등장했죠. “여러분이 보낸 생활하수를 깨끗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정화된 물의 일부는 화장실·연못·도로 청소 등에 쓰이죠. 사람이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해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처리수재이용시설에서 추가 정화작업을 하는데, 마실 물이 되는 건 하루 500톤 정도에 불과하죠.” 한 층 더 내려가니 거대한 하수도가 보였어요. 학생기자단은 앞서 전시관에서 주요 시설로 꼽힌 생물여과조를 집중 관찰했죠. 1차 처리시설에서 물리적 방법으로 한 번 처리한 하수를 미생물에게 먹이는 곳입니다. 생물막으로 둘러싼 여재(여과할 때 고체를 분리하는 데 쓰는 다공질의 재료)를 하수에 넣으면 생물막에 있는 미생물이 하수 속 유기물을 먹죠. “미생물이 암모니아 등 질소 계열을 잡아먹어서 깨끗하게 만든답니다. 물에 질소가 많으면 플랑크톤이 쌓이고, 이들이 많아지면 물이 썩기 때문에 막는 거예요. 질소는 미생물에겐 좋은 먹이죠.”


유용민(왼쪽) 학생기자·김신희 학생모델이 여재를 관찰하고 있다.

여재를 하수에 넣어본 학생기자단은 마지막 단계인 방류수조로 향했어요. 깨끗하게 만든 물을 내보내기 전 단계예요. “한 번에 많은 물을 내보내면 물높이가 맞지 않아 넘치겠죠? 내보내기 적당한 물의 양을 조정합니다.” 김 차장의 설명을 듣고 발 밑 수조를 바라보니 정말 신기했죠. “어라, 여기 물고기가 살아요!” 용민 학생기자가 녹색 물 속 물고기를 가리켰어요. “하하, 맞아요. 저건 메기예요. 수조와 연결된 강에서 왔나본데, 이 친구도 얼른 내보내야겠군요."

유용민(왼쪽) 학생기자·김신희 학생모델이 제1처리장 생물막여과조 앞에서 여재를 관찰하고 있다.

Bonus. 선조들의 화장실을 알아보자
우리 선조들은 화장실을 ‘뒷간’이라고 불렀죠. ‘뒤를 본다’는 말은 ‘똥을 눈다’는 순우리말입니다. 이렇게 쌓인 오물은 농사에 거름으로 쓰였죠. 어떻게요? 오물 위에 재를 뿌리거나 나뭇잎으로 덮어 발효한 거예요. 화학비료가 나오기 전까지 분뇨가 중요한 비료로 쓰인 거죠.


호자: 백제시대에 사용한 남성용 이동식 변기예요. 호랑이가 앉아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죠.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게 변기 등에 손잡이가 있대요.
매화틀: 조선시대 임금님의 똥은 매화라고 불렀죠. 임금님, 완족은 매화틀이라는 전용 이동식 변기에서 용변을 봤어요.
똥지게: 똥통에 똥, 오줌을 담아 나르는 데 쓰는 지게예요. 화학비료가 없었기 때문에 논이나 밭의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 오물을 옮겨야 했죠. 농가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물건이죠.
제주도 통시: 똥을 받아먹는 돼지를 둔 전통 뒷간이에요. 지금도 제주도에 일분 남아 있대요. ‘똥 돼지 간’이라고도 부른다는군요.
경주 불국사 노둣돌: 귀족 여인들이 사용하던 화장실이에요. 우리나라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이죠. 불국사 극락전 앞마당에서 발견했습니다.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서울하수도과학관 마당에 섰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김신희(용인 독정초 5) 학생모델
지하에 있는 실제 하수처리 시설에 가본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기뻤죠. 오래 보고 싶었지만 덥고 습기가 많아 더 머무를 수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물에 물고기 두 마리가 있는 걸 봤죠. 오수가 하수처리 과정을 거쳐 물고기가 노닐 수 있을 만큼 깨끗해졌다는 데 놀랐죠. 하수도. 이전에는 낯설고 비위생적인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아주 중요한 시설이라는 걸 알아요.

유용민(서울 세륜초 4) 학생기자
설명을 들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두 가지예요. 청계천이 하수 역할을 했던 것과 제가 가서 본 재이용수 처리 시설이요. 이런 기회가 어디 있나 싶어서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컸어요. 들어가자마자 냄새가 코를 찔렀죠. 기자님이 계속 괜찮은지 확인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마음 속으론 악취에 충격을 좀 받았어요. 우리가 버린 물에서 나는 냄새라고 생각하니 더 그랬죠.

김신희(왼쪽) 학생모델·유용민 학생기자가 서울하수도과학관 마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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