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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손댔다 추방된 퇴역군인, 시카고서 극적 시민권 취득

열 살 때 미국에 이민해 영주권을 취득하고, 20대 때 두 차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퇴역 미군이 마약에 손을 댔다가 국적지 멕시코로 추방된 지 1년6개월 만에 극적으로 미국으로 돌아와 시민권을 손에 넣었다.

4일 시카고 도심 미 연방 이민국(USICS)에서 시민권 선서식을 마친 미겔 페레즈(41)는 "길고 긴 여정이었고, 기나 긴 전쟁이었다"라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이제 공식적으로 미국은 페레즈의 나라가 됐다.

이민국은 지난 주 페레즈의 시민권 신청 서류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페레즈가 지난 2010년 2월 시카고에서 불법 약물인 코카인을 제조•운반하고 복용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합법적 미국 체류 신분을 박탈당한 지 9년여 만의 일이었다. 페레즈는 당시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고, 복역 중이던 2012년 추방 명령을 받았다.

그는 2016년 9월 일리노이 주 교도소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로 이감됐으며, 법원에 제기한 구제 청원이 기각되면서 작년 3월, 가족들을 미국에 남겨 둔 채 멕시코로 추방됐다. 법원은 합법적 체류 신분으로 미군에 입대해 복무했다 하더라도 범법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을 시 국적지로 추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페레즈는 민주당 소속의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지난 8월 특별사면 조치를 내리면서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를 얻었다. 마약 전과가 삭제됐고, 미국 시민권 취득 자격을 인정받았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공화)의 행정명령에 의해 미군 복무자는 시민권 속성 취득 특혜를 얻을 수 있으나 페레즈는 공정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페레즈는 이민 심사를 위한 2주간의 미국 입국을 허용받아 지난달 24일 시카고로 돌아왔고, 시민권 속성 취득 절차를 밟았다. 결국 시민권 승인이 나면서 미국에 남을 수 있게 된 페레즈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유사 상황에 처한 이민자 출신 참전 용사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989년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페레즈는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에서 성장했고, 2002년과 2003년 미 육군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 변호인은 페레즈가 참전 당시 뇌 손상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으며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결국 마약에 손을 대게 됐다고 변론했다.

옹호단체에 따르면 미군 복무 후 추방 조치된 이민자 출신 퇴역 군인 수는 수천명에 달한다. 지난 6월 미국 회계 감사원(GAO)은 ICE가 이민자를 추방 조치 하기 전에 미군 복무 기록을 검토하도록 한 관련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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