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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창밖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미국 전역에 퍼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0만. 뉴욕에서만 10만이 넘어가고 이곳 시카고에도 수천명의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흉흉한 세상 속 사람들은 근심과 걱정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통이 불허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봄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 대지에 편만합니다. 마른가지마다 초록이 돌아오고 경쟁하듯 움이 트고 있습니다. 뒷뜰 가득 동그랗고 뾰족한 싹이 올라오고 새들의 노래 소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오늘은 하얀 목련이 가지마다 탐스런 봉오리를 수줍게 피어 온통 나무에 꽃등을 달아 주었습니다. 눈물이 핑 도는 아침입니다. 아무도 손잡을 수 없는 봄. 손 내밀어 길고 하얀 목련을 안아줍니다. 일상 걸어야 할 하루하루의 삶이지만 비워야 다시 채워지는 진리 앞에서 모두가 부끄러워지는 날들입니다. 지난 날들을 치유하며 보내는 침묵의 시간들입니다. 그럼에도 창밖은 오늘도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꿈을 수없이 꾸고 또 꿉니다. 앞으로 더 얼마를 꿈꾸며 살아야 하는지, 견뎌야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상한 봄날입니다. 그럼에도 봄날의 꿈은 맘껏 이뻐도 되나 봅니다. 오늘은 꿈 속 닿는 대로 걸어 보렵니다. 가능한 사람들을 피해 멀리서 손짓으로 인사 나누며 걷겠습니다. 바위고개 진달래 꽃무덤을 지나 개나리 하늘하늘 날리는 언덕너머로 그리움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려 합니다.



스치는 바람에 가슴이 뜁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봄날의 아드레날린은 이곳 저곳에서 살아납니다. 잔잔히 숨을 쉬며 기지개를 폅니다. 하루는 그렇게 깨어납니다. 키 큰 소나무의 새순은 참으로 푸르릅니다. 그 옆을 지나칠 때면 호흡마저 파래져 죽은 세포들이 살아나는듯한 힐링을 느낍니다. 동네 어귀 호수에 잔주름을 잔뜩 그려주고 돌아서는데 노을이 서쪽하늘을 물들입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하루는 붙잡아도 째깍째깍 초침처럼 일정한 거리에서 어두워집니다. 별빛을 스치며 부는 봄 바람. 어디에 부딛혀도 이상하게 아프지 않는, 봄은 자유로운 유희로 잠자리에 들고 나는 아직 창가에 깨어있는 이상한 봄날입니다.

이상한 봄날

그래도
창문 밖은 아름답습니다
가까이 들려오는 새소리
안개처럼 깨어나는 새벽
흉흉한 소문에도
봄은 변함없이 봄입니다
마른가지에 초록이 돌고
애처로운 목련은 피고
나는 창가에 앉아 있습니다
아무도 손잡지 않는 봄날
손을 저어 길고 하얀
목련의 목을 당겨 안아봅니다

그래도
봄은 맘껏 이뻐도 됩니다
발길 걷는 대로 걷다 보면
바위고개 진달래 꽃무덤
개나리 하늘하늘 날리는 언덕
가슴 뛰는 봄날입니다
잔잔한 숨소리로 살아나는 대지
빈 몸뚱이 내게 생명을 주는
눈물이 핑 도는 봄날입니다
어디에 쓰러져도 아프지 않을
안과 밖이 뒤바뀐 경계
이상한 하루에 기대어 살아납니다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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