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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작품에서도 누군가 위안을 받는다면 그것이 좋은 시”

조현범 기자
조현범 기자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11/20 16:15

이훤 시인, 두 번째 시집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왜 인지도 모른 채 절박해져 가고 있다…”



애틀랜타 거주하는 이훤(본명 이진우) 시인이 2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시인동네)를 발간했다.

이 씨는 2014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두번 째 시집은 시집 전문 출판사 ‘시인동네’가 펴낸 100번째 시인선이다.

그는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과 여름이 긴 조지아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조지아텍에서 엔지니어링 석사과정을 밟던 중 돌연 휴학하고 시인 겸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첫 시집을 내고 싶다며 지난 2016년에 펴낸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문학의 전당)는 지금까지 9쇄까지 찍었다. 덕분에 이번 시집도 발간과 동시에 한국 주요 서점에서 시 부문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의 서문에는 “매일 사람들을 새롭게 빚어내는 ‘기분, 마음, 생활’의 관찰자로 나서며 시인이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눈빛’의 시들이 수록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첫 시집이후 2년 만이다. 두 번째 시집을 소개한다면.
“첫 시집에서는 시를 평소에 읽지 않는 독자들에게 시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을 쓰려 했다면, 두 번째 시집은 이미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를 소비하고 있고, 시를 조금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조금 더 나의 내면에 있는 말을 독백처럼 꺼내놓은 시들이 많고, 첫 번째 시집에 비해 호흡도 긴 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번 시집은 친절하지가 않다. 청년에서 가장으로 성장하면서 변화된 생각들에 대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하려는 시를 많이 썼다.”

-예전 인터뷰에서 한국의 문단과 떨어져 창작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미국에서 홀로 창작하다 보니 문단에서 시가 평가되는 기준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첫 시집을 내고 독자들과 선배 시인들과 교류하면서 그 거리에 따른 초조함으로부터 자유해졌다. 나 스스로 미완이라고 생각했던 작품에서도 누군가 충분히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는 저자 자신이 만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사람만의 방식을 이해해 주고 옹호해 주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예술은 평론하는 사람이나 권위 있는 사람의 한마디로 부여되는 가치가 전부가 아니더라.”

-‘형식에 갇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예를 들자면.
“예를 들면,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쓰는 시들이 몇 편 있고, 영어로만 쓰인 긴 편지 형식의 시도 수록했다. 사진 한 장을 한 편의 시로 소개하기도 했다. 문단에서는 시에 한글과 외래어의 조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고, 시집에 사진을 작품으로 싣는 것에 대한 의문도 있을 수 있지만, 나의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년이 연락을 해와서 그 아이한테 내가 겪었던 마음을 이야기해 주는 편지를 보내준 적이 있는데, 쓰다 보니 이런 것도 시의 옷을 입히면 충분히 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싣게 됐다. 나 스스로에게 관대한 시인이 된 것 같다. 조금은….”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라는 제목을 독자들에게 설명한다면.
“첫 번째는 내가 나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시나 사진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를 내가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관점의 변화가 생겼다. 또 시를 공부하면서 등단하기 위해 애쓰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연들을 직접 접하면서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왜 인지도 모른 채 절박해져 가고 있다고 느꼈다.”

-‘책혐시대’라는 말이 생길 만큼 독서보다는 파편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데 익숙한 시대이다. 시인으로서 내 작품이 소비되는 환경이나 방식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은 없는지.
“시가 소비되는 방식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예전에는 서평이나 매체에 드러나는 평가들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시가 문단의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새로운 장르의 플랫폼을 시도하는 작가가 많아졌고, 미등단 작가에게도 똑같은 원고료를 주고 작품을 싣는 문예지도 있다. 예전에는 나 스스로 시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잘 못 하겠으니까 문단의 중요한 누군가 했던 이야기를 모아 시를 평가하는 잣대를 만들곤 했다. 그런데 첫 시집을 내고 보니 결국 시라는 것은 저자의 의도보다 읽는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 내가 쥐고 있던 시가 독자의 확신과 생각과 태도로 새 몸을 얻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 같더라. 그 사람의 삶에서, 사람들한테 필요한 대로 읽히는 게 시가 소비되기에 적절한 방식인 것 같다.”

-‘여류’처럼 ‘동포’ 작가들이 하나의 장르로 묶이던 시절도 있다. 2018년의 젊은 시인들은 독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나.
“SNS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소통하기도 하고,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독자들은 보통 이메일이나 손편지를 보내온다. 시를 읽은 본인의 감상을 그래픽 디자인이나 영상 같은 매체를 통해 표현해 주시기도 한다. 또 낭독회 같은 행사가 많아져서 독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많아졌다.”

-미국에서도 낭독회 일정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 시가 시로서 읽히는 행사라면 어디서라도 열겠는데, 대부분의 독자가 한국에 있다 보니 미국에서 행사를 하면 내 개인의 경조사처럼 사적인 행사가 될 것 같다. 그런 자리는 시가 시 될 수 있는 시간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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