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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

영 그레이

올해 오월이 나에게 진정 아름다웠던 사실은 가족들의 재회에서 사랑을 깊게 키운 일이다. 인연은 하늘이 맺어 준다고 했다. 특히 같은 나라가 아니라 대서양 건너 사는 사람들과 자식들의 결혼을 통해서 한 가족으로 맺어진 일은 우리 부부가 예전에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앨라배마에 살던 딸이 잠시 한국에 머물 동안 똑같이 한국에 잠시 머물던 영국에서 온 남자를 만났다. 그들에게 하늘이 인연을 맺어줬다. 두 사람은 앨라배마에서 결혼하고 영국과 미국의 환경을 검토한 후에 미국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딸이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지 않은 기쁨에 미국을 선택한 장남의 결단을 존중한 영국 사돈에게 미안하고 감사했다. 젊은이들은 앨라배마에서 잠시 지내다가 조지아로 옮겨 삶의 터전을 잡았다. 이번에 영국 사위의 조지아 법대 졸업을 축하하느라 영국에서 사돈들이 찾아왔고 워싱턴DC에 사는 큰딸 가족과 앨라배마의 우리 부부가 모두 조지아에 모였다.

딸들이 결혼하며 불어난 가족들로 우리 부부의 생각의 반경도 확대됐다. 우리의 동양권 가정이 세계화 가정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밉고 고운 사위가 없다. 우리 마음에 들고 안 들고 보다 딸들이 좋아하니 우리도 무조건 그들을 좋아하고 누군가가 귀하게 키운 아들들이라 우리도 귀하게 여긴다. 그래서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어서 정을 들이며 문화와 정치이념의 갈등을 해소한다. 더불어 미네소타 출신인 큰사위와 영국인 작은사위가 가져온 다양한 취향이나 관습을 적당히 화합시켜 나름의 가정사를 만든다.

이번 모임에서도 소소한 주제에도 까르르 웃으면서 함께 기쁨을 나눴다. 누가 말했던 그 말 속이나 아래에 이중 의미가 없어서 편안했고 체면이나 눈치는 배려가 대신했다. 가만히 서로 마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한 살이 된 손자는 그러잖아도 웃을 일이 많은 어른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우리는 여러 지역을 다니며 남부의 환경을 즐겼다. 조지아 주 식물원의 아기자기한 정원을 채운 꽃 길을 걸으면서 화사한 계절을 품은 자연에서 평화를 누렸고 지역 특산물을 자랑하는 많은 맛집들의 음식은 미식가인 큰사위를 놀라게 했다. 더구나 2년 전에 채식가로 바뀐 영국 사돈들에게 남부의 채식요리가 입맛에 맞아서 좋았다. “동물들을 더 이상 죽이고 싶지 않아서 채식주의자가 됐다”는 사돈의 설명을 듣고 고기덩어리를 좋아하는 남편이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피하는 바람에 나는 여러번 키득거리며 웃었다.



특히 항구도시 사바나는 모두에게 색다른 의미를 줬다. 영국인들은 선조들이 도착해서 세운 정착지의 모습에서 영국의 막대한 영향을 보고 전성기 대영제국의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과 달리 동양 이민자인 우리는 신대륙 정복에 실패한 영국제국의 사양길을 보고 새로운 국가로 우뚝 선 미국의 강력한 정기에 자부심을 느꼈다. 세상의 흐름이나 역사의 흐름도 아래로 흐르는 물길처럼 역류가 없다. 계속 앞으로만 전진할 뿐이다. 한 세대가 지나면 다음 세대가 이어받고 또 그 후 세대로 넘겨주는 순리를 오크 나무의 무성한 잎들로 덮인 사바나 다운타운에서 새삼 인식했다.

새벽마다 조지아의 공원을 뛰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던 바깥사돈과 후덥지근한 남부의 날씨에 힘들어하던 안사돈은 미국 가족들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유머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그러면서 영국인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를 벗어나 영국식 농담을 건넸고 그들이 가진 미국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기도 했다. 놀랍게도 미국의 정치 판도나 사회상황의 많은 문제에 그들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따르고 있었다. 그들의 성향이 많은 점에서 보수적인 남부인들의 정서와 일치해서 보수 공화당인 남편은 행복했다.

곳곳에 산재한 명소는 조지아 환경에 양념처럼 맛을 가미해줬다. 온 가족의 오감을 모두 충족시켜준 조지아에서 우리가 사랑을 키우며 만든 추억에는 레이 찰스의 구수한 음성과 색소폰의 부드러운 음색이 조화된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 노래가 배경처럼 따랐다. 질펀한 감정을 담은 멜로디가 길게 여운을 끌며 늙은 오크 나무 가지에 치렁치렁 매달린 스페니시 모스처럼 살랑거렸다. ‘조지아,조지아, …달콤한 옛 노래…내 마음속에 조지아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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