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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무역 전쟁의 역사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13 15:31


생명체는 영역을 정해 놓고 남과 나를 구별하며 살아간다. 그중에 특별히 인간은 나라라는 존재를 만들어 놓고 다른 나라와의 사이에 경계를 그어 놓는다.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서로 견제하며, 심지어 영역을 넓히기 위해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평화 시에도 이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의 통행과 물자의 교류를 통제하는데, 물자의 교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무역 관세이다.

미국이 자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의 인상을 무기로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이번 무역 전쟁이 과연 미국에 이익이 될지 아니면 손해가 될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많은 전문가는 미국에 크게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벌인 무역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눈여겨 볼 만하다.

유럽의 역사에서 굵직한 무역전쟁의 역사는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1년 통일을 이룬 이탈리아는 통일 후에 자국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 이탈리아는 특히 프랑스로부터 수입되는 물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1886년에 이탈리아는 기존에 있던 프랑스와의 상호 호혜 무역협정도 폐기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도 결국 이탈리아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서 보복 무역정책을 썼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는 자국의 물가만 올리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미국의 최초 대외 무역전쟁은 캐나다와 시작했다. 지금처럼 공화당 정부가 주도하여 무역 전쟁을 도발했다. 남북전쟁을 겪은 미국은 망가진 산업 때문에 많은 물자를 캐나다로부터 수입해야 했는데, 미국은 무역의 불균형으로 캐나다와의 무역에서 큰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미국은 1866년 캐나다로부터 수입되는 물품에 높은 관세를 물렸다. 협상하자는 캐나다 측의 제의를 거절하자, 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면서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보복의 악순환이 일어나면서 사태는 점점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 무역전쟁의 후유증은 100여 년이나 계속되었으며, 1989년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 사이에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생기면서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이 끝난 셈이다.

미국은 1930년 또 한 번 무역 전쟁을 일으켰다. 1929년 뉴욕 증권 시장이 폭락하여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미국은 이를 타개하려고 세계 23개국을 대상으로 2만여 개의 수입 물품에 대해 최고 400%의 높은 관세를 적용했다. 소위 말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다. 스무트와 홀리라는 두 상원의원이 발의하여 통과한 이 관세법으로 인해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는 더욱 경색되어 세계적인 경제공황을 불러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의 후버 대통령과 미국 의회는 이 법을 시행하면 미국의 경제 위기가 해결되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여파로 미국도 경제 공황에서 헤매고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야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결국 미국이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을 일으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았다는 평가이다.

최근의 무역전쟁은 특별히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주요 이유이긴 하지만, 통신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아니면,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에 집중되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일부러 무역전쟁을 일으켜 시끄럽게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겠다. 정치에는 항상 음모설이 나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이 ‘스무트-홀리 관세법’ 당시의 상황과 판박이라고 평가한다. 높은 관세를 물리면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관세를 물린 만큼 국내 물가는 올라가게 되고 올라간 물가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번 무역전쟁이 우리 일반 사람의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걱정된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토인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은 과거의 역사에서 인간은 전해 배우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무역전쟁의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고 배우면 비슷한 실수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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