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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에 인술 펼친 삶 ‘테네시 슈바이처’ 김유근 박사 ‘아름다운 퇴장’ 준비

디어 로지 등 원거리 진료소 문 닫고
내년 은퇴 예정 “후임자 없어 아쉬워”
“진료 이어갈 의사 있으면 좋으련만…”

테네시주에서 25년간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인술을 베풀어온 김유근 박사(영어명 톰 김)는 74세 생일을 앞두고 원거리에 있는 마지막 무료진료소의 문을 닫는 날 만감이 교차했다.

1993년 녹스빌에 무료 진료소를 설립, 지금까지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주민 수만 명을 도우며 ‘테네시의 슈바이처’로 불린 김 박사는 지난 14일 테네시 북동쪽 도시 디어 로지(Deer Lodge)에 있는 아브너 로스 메모리얼(Abner Ross Memorial) 건물의 옆문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작별을 고했다.

이미 6개월 전에 지역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린 터라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먼저 문을 닫은 탄광 마을 브라이스빌에서보다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았다. 50세의 갑상선 여성 환자가 찾아와 떠나는 김 박사와 포옹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유근 박사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곳 환자들이 몹시 그리울 것 같다”며 “일주일 뒤면 74세 생일이 되는데 그동안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것을 많이 느껴 되도록 멀리 운전하는 곳은 후임자에게 넘기려고 해왔다”고 말했다.



녹스빌에서 디어 로지에 이르는 길은 굽이굽이 험한 길이다. 편도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피곤이 밀려오면 길섶에 차를 세우고 단잠을 자곤 했다. 김 박사는 “그러다 경찰이 와서 여기서 무엇 하냐고 다그칠 때도 있었다”며 “이제는 모두 그리운 추억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 박사는 은퇴를 준비한다. 사우스 녹스빌의 ‘프리 메디컬 클리닉 오브 아메리카’(Free Medical Clinic of America) 병원 이사회에는 내년에 은퇴할 뜻을 밝혔다. 그는 “병원에 새로운 디렉터가 부임하면 부담 없이 주 1회 정도 무료 자원봉사할 생각”이라며 “먼 거리에 있는 진료소는 다른 자원봉사 의사들이 맡아주면 좋은데 그러질 못하고 문을 닫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빨간 벽돌집 한켠에 자리한 디어 로지 진료소는 유달리 애착이 가는 곳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문을 연 진료소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원거리 진료소이기 때문이다. 디어 로지 주민은 기껏해야 1500명이 채 안 된다. 이 중 150명이 무료 진료소를 찾아 김 박사의 온정을 느끼고 갔다.

기증받은 의료 장비와 가구,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말씀과 깎아지른 산맥의 풍경이 펼쳐진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제습기가 켜져 있는 가운데 김 박사는 자원봉사 간호사 재닛 마스터스, 린다 스콧 오피스 매니저와 함께 이삿짐을 날랐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오면서 그는 말했다. “안녕, 내 사랑.”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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