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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가을의 고전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으로 불리는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이 한창이다. 시카고를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이 모두 제외돼 다소 맥이 빠지지만, 숙적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가 디비전 시리즈를 갖는 등 나름 관심을 둘 만하다.

20년 전 쯤,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이 진행되던 이맘때쯤이다. 당시 서정환 삼성 감독이 한국 시리즈서 무려 9번을 우승한 옛 스승 김응룡 감독에게 비결을 물었다. “정말 우승을 하고 싶냐”고 되물은 김 감독은 잠시 생각하다가 한 마디 건넸다고 한다. “먼저 움직이지 말라.” 중요한 승부처에서 조급하게 굴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라는 의미였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몇 경기를 보면 김 감독의 조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양키스와 오클랜드의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양키스는 에이스 세베리노를 선발로 세우는 정공법을 택한 반면 오클랜드는 중간 계투 요원을 선발 등판시키는 변칙으로 맞섰다. 단판 승부였던 이 대결의 결과는 양키스 승.



컵스는 콜로라도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8회 말 극적인 동점을 만들고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거기까지였다. 연장전에 가서 조 매든 감독 특유의 즉흥적 대응책으로 선발 투수 콜 해멀스에 이어 카일 핸드릭스까지 마운드에 올렸으나, 상식적 선수 기용을 한 로키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선거에서 보다 공격적이고 거친 캠페인을 하는 쪽은 대개 초조하거나 불리한 후보다. 상대보다 먼저 움직이고 흑색선전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11월 선거를 앞두고 브루스 라우너(공화) 현 주지사와 J. B. 프리츠커 민주당 후보의 선거 캠페인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양측의 흙탕물 선거전이 만만치 않지만, 덜 자극적이고 덜 네거티브한 캠페인을 펼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게 그나마 나은 후보를 찾아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언론 보도도 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리츠커 후보가 보유 주택의 화장실 5개를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세 33만 달러를 환급 받은 것을 본인 주장대로 “쿡 카운티 주민 5만여 명이 하는 절세”로 보느냐, 아니면 법의 허점을 파고 든 편취로 보느냐의 문제다.

지난 3일 열린 라우너와 프리츠커의 두 번째 TV 토론이 끝난 후 시카고 트리뷴은 제목을 뽑으면서 ‘세금’(Tax) 대신 ‘화장실’(Toilet)이라는 단어를 앞세웠다. 법을 집행하는 주지사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를 구설 또는 토픽감 정도로 호도하려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최근 의회 인준을 받은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 관련 보도는 언론과 여론의 괴리를 잘 드러내는 사례다. 대다수 주류 언론이 초점을 맞춘 캐버노의 문제는 본질보다 곁가지 흔들기에 가까웠다. 제대로 된 검증에 나서는 대신 여론몰이만 하려 했다. 그러나 독자들은 예리했다.

예를 들어 캐버노가 대학시절 바에서 술을 마시다 누군가에게 얼음을 던졌다는 보도가 한 신문의 온라인판에 게재된 후 큰 지지를 받은 답글은 다음과 같았다. "그 얼음이 사각얼음이었는지, 잘게 부서진 것이었는지 좀 더 상세히 보도해주길 바란다." 캐버노 인준을 반대하는 이들이 얼마나 초조해하면서 무리수를 두는지 시민들은 더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 주 우리 사무실에 1939년생 독자 한 분이 찾아오셨다. 중앙일보의 오랜 구독자로 휴간 후 다른 신문을 읽곤 하다가 재창간된 중앙일보를 다시 정기 구독하고 싶어 직접 사무실을 찾으셨다고 했다. “시카고 뉴스, 미국 뉴스가 많아졌어요. 한국 소식은 꼭 필요한 내용만 간추렸고, 스포츠와 연예는 줄었고. 시카고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코너에 내가 아는 얼굴들도 많이 나왔어요. 반갑더군요.”

재창간한 시카고 중앙일보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계셨다. 무척 반가우면서도 한편 두려웠다. '독자의 예리한 눈'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이•경력•경제수준•학력의 다름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생겼다. 일희일비 하기보다 독자를 믿고 뚜벅뚜벅 흔들림 없이 걸어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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