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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칼럼] 독수리는 한 방향을 보고 있다

본보에 보수와 진보에 대한 특별기고를 한 기독교방송 김정일 해설위원이 이런 말을 했다.

“강연 중에 사람들에게 10가지씩 보수와 진보 얘길 들려주면 ‘어, 나는 진보네’ 또는 ‘내가 진보인줄 알았더니 보수 쪽에 가깝네’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사실 한국의 분단상황과 독재, 민주화 운동 등을 겪은 뒤 미국에 온 한인들이 가지고 있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개념은 미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마 그런 연유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혼돈이 있을 수 있다. 중간선거철을 맞아 이 개념 정립이 필요하고 김위원은 그 필요성을 기고를 통해 알리고 싶어 했다.

아주 오래 전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 한 칼럼을 쓰면서 챙겨 두었던 내용 하나를 소개한다.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장에 담긴 독수리의 오른쪽 발톱에는 올리브 나뭇가지가, 왼쪽 발톱에는 13개의 화살이 쥐어져 있다. 머리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향하고 있다. 미 합중국 문장의 디자인도 같다. 여기까지는 팩트다. 그런데 이 독수리가 미국이 전쟁을 수행 중일 때는 화살을 쥔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설이 있었다. 즉 2가지 다른 문장을 교대로 사용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믿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마치 로마인들이 평화 시에 야누스 신전의 문을 닫고 전쟁을 할 때는 문을 열어두었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2000년대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그런 대사가 나왔고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디셉션 포인트’에는 더 구체적인 묘사가 등장한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바닥 카펫에 새겨진 대통령 문장의 독수리 머리가 평화 시에는 올리브 쪽을, 전시에는 화살 쪽을 향하는 신기한 상황이 묘사되고 있는데 실제로 알고 봤더니 백악관 창고에 두 개의 카펫이 있으며 백악관 직원이 상황에 따라 밤 사이에 이를 교체한다는 내용이다. 카펫 교체도 사실 허구다.

트루먼 대통령 시절 미국을 방문한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도 대통령 문장의 독수리 머리가 좌우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게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1차 세계 대전을 치른 우드로 윌슨 대통령 시절 채택한 대통령 문장의 독수리 머리는 화살 쪽을 향해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현재까지 머리는 올리브 쪽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자 수년전 백악관 큐레이터가 나서서 전쟁 중에도 독수리 머리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공식 답변을 하기에 이른다.

보수와 진보는 미국을 이끌어온 두 축의 정치이념이다. 그렇다고 명료하게 구분 짓기는 간단하지 않다. 애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진보였을까, 보수였을까. 흑인노예를 해방시켰으니 진보요, 민주당 출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공화당 대통령이었다. 민족자결주의를 부르짖은 우드로 윌슨은 민주당이다.

한국은, 우리 1세들이 겪었던 한국의 대통령들은 미국식의 개념을 적용하자면 진보도 보수도 아니었다. 개발독재, 군부독재, 문민정부, 참여정부를 이끌었을 뿐이다.

우린 정권이 바뀌어도 독수리 머리는 늘 한 방향을 보고 있는 미국에 살고 있고 적어도 정치에 있어서는 선진문화 속에 숨쉬고 있다. 중간선거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맞을 일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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