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공완섭 칼럼] 석연찮은 전 기무사령관의 죽음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날으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군권력을 지녔던 그의 갑작스런 자살동기와 유서내용에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청와대나 국정원 등 권력의 핵심이 배후로 의심되는 사건 관련자가 수사나 재판 도중 의문의 죽음을 당하곤 했는데, 그 트라우마를 또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이 선뜻 이해가 안 되는 점 중의 하나는 동기 부분이다. 이 시점에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결백보다는 꼬리 자르기라고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구속 영장마저 거부돼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유서 내용도 그렇다.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한 마디로 말하면 ‘내가 다 안고 갈 테니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선 관대하게 처리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두 쪽짜리 유서에서 "그때(세월호 사건) 일을 사찰로 단죄해 안타깝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라고 했다.



모름지기 피의자는 거두절미 하고 혐의내용의 사실여부만 말하면 된다. 현재 그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한 영관급 장교 3명이 군 특별수사단에 의해 구속 기소됐고, 세월호 TF가 만들어진 이후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의 성향과 약점을 몰래 파악해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상황에서 이 전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그런 지시를 했는지, 했다면 누구 지시를 받고 했는지를 밝히면 되는 것이다. 군인으로 떳떳하게 살았다느니, 한 점 부끄럼 없는 인생을 살았다는 식으로 피해가면 안 된다.

그는 또 유서에서 당시 한 일을 '사찰'로 단죄했다며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혐의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경찰이 정치를 한다’며 정치탄압으로 몰고 가는 이른바 이재명식 대응법이다.

그리고, 50년도 아니고 5년 밖에 안 지났는데, "다 지난 일을 갖고 단죄..." 운운하는 것은 웃기지 않나. 죄를 지으면 형법상 소멸시효라는 게 있는데, 5년씩이나 지났다고 생각하는 발상이 좀 지나친 것 같다.

"내가 모든 걸 안고 가는 거로..." 라는 말은 마치 본인이 십자가를 지고 가겠다는 말이니까 '거룩'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뒤집어 말하면 '지은 죄'가 있다는 뜻 아닌가. 그 죄를 자기가 안고 임당수에 뛰어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기무사령관이라는 막중한 자리, 군의 실세중의 실세였던 장수가 목숨을 끊어 사태를 봉합하려 할 게 아니라 자기가 안고 가려 했던 게 뭔지, 왜, 다른 사람들이 받아야 할 형벌까지 본인이 지겠다는 건 지, 죽음으로 지키고 싶었던 사람, 대상이 뭔지를 밝히고 속죄를 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죽음이 헛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세월호 가족들에게 한 마디쯤은 하고 갔어야 했다.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들 대신 자신의 영장심사를 기각시킨 판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고마움과 앞날을 걱정까지 하는 유언을 남겼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쓴 유서 같지가 않다.

벌써부터 윗선에 대한 수사가 벽에 부닥쳤다며 일부 언론은 수사 마무리를 종용하고 있고, 보수 정치인들은 “정치 보복을 중단하라” 공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죽음으로 모든 걸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도 웃기지만 그 선에서 덮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정치꾼들에게 이용되는 건 더욱 더 안 된다. 진실은 덮거나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게 아니라 밝은 빛에 의해 밝혀져야 한다. [전 시카고 중앙일보 대표•칼럼니스트]


공완섭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