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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매스터스와 우즈가 남긴 것들

지난 주말 화제는 단연 타이거 우즈의 매스터스(Masters) 골프대회 역전 우승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14일 4라운드. 예의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온 우즈는 전반 9홀까지 2~3위에 머물며 선두를 추격하다가 후반 중반 이후 역전,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PGA 통산 81승째, 우승을 식은 죽 먹듯 하던 우즈였지만 11년만의 메이저대회 우승, 14년만의 매스터스 제패는 남 달라 보였다.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퍼팅을 마친 그는 홀에서 공을 꺼낸 후 양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라는 자신의 말처럼 소리를 질렀다.

'골프 황제' 우즈의 귀환은 수많은 이야기를 불러왔다. 22년 전 매스터스 첫 우승 순간 그를 맞이했던 부친은 유명을 달리했고 대신 열살짜리 아들이 그의 품에 안겼다. 성추문 같은 어두운 그림자도 다시 들춰졌다. 하지만 재기가 불투명한 데도 인연을 끊지 않았던 후원사, 스포츠 베팅에 그의 우승을 걸어 대박을 맞은 사람의 사연까지, 다시 일어선 챔피언을 둘러싼 사연들이 앞다투어 전해졌다. 우즈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흘린 팬들이 있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챔피언에게 축하를 보낸다. 위대한 골퍼의 환상적 복귀"라며 '대통령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8년 전 이맘 때 "'영웅' 우즈의 복귀를 기다리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의문의 교통사고와 도박, 스캔들, 이혼 등을 겪은 우즈는 당시 열린 매스터스서 비교적 선전했으나 정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우즈의 승리를 기대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의 사생활과는 별개로, 영웅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영웅주의 국가' 미국에서 우즈의 화려한 귀환은 남녀노소, 장삼이사, 관계 없이 축하하는 분위기다. 한 분야에서 최고를 성취한 이에게 축하를 아끼지 않는 미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골퍼'와 '남편' 우즈는 각각의 존재다. 개인적으로도 그의 포효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순탄치 못한 가정사와 반복되는 부상을 극복한 '골퍼' 우즈의 노력은 큰 용기와 힘을 준다.

'그린 재킷'을 입은 우즈 덕분에, 매스터스 관련 뉴스를 어느 때 보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영웅주의' 못지 않은, 미국인들의 '전통'에 대한 애정이다. 매스터스 4라운드 경기가 펼쳐지는 내내 TV 화면에 비친 패트론(patron•매스터스는 관람객을 갤러리로 부르는 일반적인 대회와 달리 후원자로 지칭한다) 누구 한 명 휴대폰을 들고 있지 않았다. 코스에 나가면 패트론은 물론 선수, 캐디, 기자 그 누구도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없는 매스터스 만의 룰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이 대회 기간 중 내놓는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가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Pimento cheese sandwich)다. 피망의 일종인 피멘토와 치즈, 땅콩버터, 마요네즈로 만드는 남부 음식인데 올해 가격은 1.5달러. 대회 초창기 오거스타 내셔널 근처에 살던 부부가 만들어서 팔 때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만만찮은 입장료(공식 하루 입장료 115달러지만 암표는 수백달러를 호가)와 비싼 호텔 숙박비를 감안하면 염가 수준이다.

매스터스만의 뛰어난 상술일 수도 있지만 작은 스토리 하나 하나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는 데는 놀라울 뿐이다. 매스터스만의 전통은 ‘여성 입장 금지’, ‘캐디는 모두 흑인이어야 한다’는 등의 해묵은 것들을 재정립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더한다. 매스터스 챔피언이 입는 초록 재킷과 우즈가 모든 대회 4라운드 때 입는 붉은색 티셔츠 역시 골프가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전통이다.

문득 한국인이 갖고 있는 전통은 무엇인가 돌아봤다. 개인이나 가정을 넘어 커뮤니티 또는 국가, 민족이라는 집단의 일원으로서 어떤 것을 물려 받았고 무엇을 세워나가고 있나. 혹시 성가시고 불편하고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는 편협한 기준 때문에, 전통으로 지켜나갈 만한 것들을 소홀히 다루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을 짓는 데는 1천 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지만, 그 소중한 유산이 화마에 사라지는 데는 불과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발행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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