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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정의 음식이야기] 한식의 세계화(4)

한식의 세계화가 왜 필요할까.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식의 세계화가 우리에게 왜 필요해? 직접적으로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없는데 하고 말이다. 오지의 어떤 장소에서 Made In Korea라고 쓰여있는 상표를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애국심 내지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생기는데 이때의 감정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음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한국은 1960년을 기점으로 ‘잘 살아 보자’는 슬로건으로 새마을운동을 시작하여 경제 발전에 힘쓴다. 많은 시행과 착오, 사건 사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유치, IMF라는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으면서 지금에 이른다. ‘빨리빨리’ 문화가 사회전반에 스며들면서, 건물을 지어도 빨리빨리, 지하철 건설을 해도 빨리, 동양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전세계는 떠들어 댔지만 국민들의 의식구조는 성장하는 경제발전에 따라가질 못하고 늘 처져 있다. 사람들의 의식구조는 이상하리만큼 변해가면서 21세기 사대주의도 생겨난다.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사람들은 인식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는 국민의식구조보다 더 처진다.

한국인의 고질병이 있다. 빨리 만들고 생각하지만 빨리 잊어버린다. 유명백화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팔다가 적발되면 사람들은 광분을 하며, 불매운동에 동참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달이면 언제 그랬나는듯이 백화점은 다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떤 연예인이 일반인들은 하면 안 되는 중죄를 똑같이 저질렀는데 사람들은 쉽게 그들의 죄를 사하여준다. 마치 판사라도 된 듯. 망각수를 먹은 건 지 아니면 나에게만 아니면 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빨리빨리’ 문화는 음식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조금 맛있는 맛집이 있으면 사람들은 꼭 한번 찾아가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고 나름 만족해 한다. 필자가 어렸을 적 어떤 식당에서는 남이 먹고 있는 밥상에 밥만하나 추가해서 생면부지의 사람과 함께 겸상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또 하나 있다. 신발을 벗고 앞뒤사람과 부대끼면서 한끼를 해결한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엔 이쑤시개를 사용하면서 쩝쩝거리며 식당을 나온다. 안은 어떤가. 갖가지 빈 반찬 그릇과 밥그릇 국그릇을 쟁반 한 가득 서버들은 마치 곡예라도 하듯이 나른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은 한 사람이라도 더 받으려고 합석은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앉아 있는 손님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다 먹지도 않았는데 서버하는 분들은 다 먹을 줄 알고 그릇들을 치운다. 한마디의 불만을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왜 당신만 하며 의아하게 쳐다본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것만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듯.



메뉴판은 없다. 벽에 걸려있는 가격표가 전부이다. 서버들은 음식을 먹는 손님에게 음식이 어떠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반찬을 리필해주지 않으면 바로 서비스가 어쩌고 저쩌고 한다. 전골을 먹으면 물어볼 것도 없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숟가락을 탕에 담아 한 숟가락 입으로 향하며 쪽쪽 빨아대면서 다음 숟가락질을 이어간다. 하지만 먹고 있는 모든 이는 당연하다는 듯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 첨벙첨벙 숟가락을 넣는다. 다 먹고 난 후 입을 닦은 휴지와 이쑤시개 등을 밥그릇에 담는다.

청국장집에서 나온 사람들의 옷에서는 하루 종일 퀴퀴한 냄새가, 갈비집에서 나온 사람들의 옷에서는 하루 종일 고기냄새가 난다. 한식이 갖고 있는 특징 중에 하나는 그 사람이 어떤 식당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얼마 전의 일이긴 하지만 너무도 유명한 어느 비구니는 사찰음식을 선보이면서 외국인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손에 묻은 양념이 아깝다고 혀로 그 양념들을 다 핥아 먹는것이 아닌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이 화면을 방송국은 무슨 개념으로 편집하지 않고 내보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주 작은 것이라 생각 할지도 모르나 이러한 대중음식문화는 절대로 한식의 세계화에 합류 하지 못한다. 사소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전부일 수도 있다. 이런 문화를 미국에 가지 왔다고 생각해보라. 있을 수도 없고 절대 있어서도 안 되는 음식문화다.

음식문화는 그 나라의 문화수준과 똑같다. 프랑스 요리가 전세계 최고라고 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가 이미 세계 최고라고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트로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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